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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和(화)의 武道(무도), 아이키도

[박성진 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제5편 아이키도  

아이키도의 한자 표기는 合氣道(합기도)다. 표기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합기도와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식 합기도라고 할 수 있다.

아이키도는 일본의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에 의해 창시된 근대 무술이다.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스승은 대동류 합기유술의 달인으로 유명한 다케다 소가쿠(武田忽角, 1860∼1943).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다케다 소가쿠는 한국 합기도의 개조 최용술(1899~1986)의 스승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 등을 볼 때 아이키도와 합기도에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아이키도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시합)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수련할 때는 공격자와 방어자로 나뉘어 공격과 방어를 하지만 태권도, 검도, 유도 등과 같은 다른 무술들과 같은 겨루기는 하지 않는다. ‘경기(시합)를 하지 않는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평화의 원리가 아이키도를 세계 무술사에서 가장 독특한 무술로 만드는 철학이다. 

그래서 아이키도는 선제공격을 거의 하지 않으며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위주로 수련한다. 게다가 공격자를 격렬하게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제압하는 것을 이상(理想)으로 한다. 그래서 아이키도는 ‘사랑의 무도’, 즉 ‘愛氣道’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일본어에서 合와 愛의 발음은 모두 ‘아이’로 같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아이키도는 흡사 양식 태극권을 보는 것처럼 무술이라기보다는 춤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키도는 무술로서는 약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우에시바 모리헤이는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제자들을 직접 가르쳤다. 그렇다보니 우에시바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고 언제 배웠느냐는 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스타일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우에시바가 젊었던 40, 50대에 배운 제자들의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60대 이후에 배운 제자들의 경우에는 느리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우에시바에게는 탁월한 제자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오다 고조, 도헤이 고이치, 도미키 겐지 등이 각각 스승의 가르침에 기반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완성해 독립했으며 학문적으로도 아이키도를 깊이있게 만들고 있다. 

아이키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수련인구를 가지고 있는 무술로 국제아이키도연맹(IAF)이 1984년에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 가입이 되었을 만큼 세계적인 무술로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는 199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대한합기도회(회장 윤대현)’가 일본 아이키카이(日本 合氣會)의 정식 인정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아이키도의 가장 큰 특징은 겨루기가 없다는 점이다. 상대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 남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는 것. 이것이 바로 무도정신의 극의(極意)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아이키도는 수련과 그 철학이 따로따로인 것이 아니라, 수련 속에 철학(상대에 대한 배려, 평화주의)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가장 진보한 무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