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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한국과 인연이 깊은 대동류 합기유술

[박성진 기자의 태권도 vs 타무도] 제6편 대동류 합기유술

대동류 합기유술(大東流 合氣柔術, 다이토류 아이키주즈츠)은 한국의 합기도와 일본 아이키도의 뿌리가 된 무술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게 됐다. 

[대동류 합기유술의 시연 모습. 시연자는 대동류 육방회의 오카모토 세이고.]


대동류 합기유술의 중흥조(中興祖)라 불리는 다케다 소가쿠(武田忽角, 1860∼1943)가 한국 합기도의 시조 최용술, 일본 아이키도의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에시바가 다케다의 제자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지만, 최용술이 다케다의 제자였다는 점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합기도계 주류에서는 최용술이 다케다 소가쿠의 제자라는 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합기도계의 합기도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합기도계에서는 합기도의 역사에 대해, “원래 신라(新羅)의 무술이었던 합기도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다케다(武田) 가문을 통해 이어지다가 다케다 소가쿠에 이르러 최용술에게 전해지고 이것이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발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동류 합기유술은 다케다 가문에만 비밀스럽게 전해지던 가전(家傳) 무술인데, 다케다 가문의 조상이 사실은 신라 도래인(渡來人)이라는 것이다.
 
다케다 가문은 일본의 명문가로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 바로 이 가문 출신이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문구로도 유명한 다케다 신겐은 일본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의 걸작 <카게무샤(影武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케다 가문의 뿌리가 신라 도래인이라는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 근거로 제시되는 사람이 다케다 가문의 조상의 한사람으로 헤이안(平安) 시대에 살았던 실존인물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新羅三郞源義光, 1045~ 1127)다.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는 대동류 합기유술의 실질적인 창시자로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하다.요시미츠의 성 앞에 ‘신라삼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요시미츠가 신사(神社)에서 성인식을 치를 때 신라명신(新羅明神) 앞에서 했기 때문이고 삼랑은 세 번째 아들이기 때문에 붙었다는 것이다.

이 때 신라명신이 신라의 장보고(張保皐)이고 따라서 대동류 합기유술과 신라의 관계가 깊다는 주장은 최근 한 연구[송일훈, '대동류유술의 장보고(신라명신) 기원에 관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으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앞서 소설가 최인호도 자신의 소설 <해신(海神)> 등을 통해 신라명신이 장보고라는 의견을 펼친 바 있다.
[사진 -  대동류 합기유술의 달인 다케다 소가쿠]

이러한 주장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많은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분명한 사실인 만큼 신라명신, 장보고,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 대동류 합기유술이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연관이 있다고 밝혀지더라도, 대동류 합기유술은 분명한 일본의 무술이라는 점이다. 대동류 합기유술이 신라에서 건너갔으므로 한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의 문자 히라가나가 한자 초서체에서 변형된 것이므로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대동류 합기유술은 1천년 이상 일본에서 발전해온 무술이므로 일본의 고유한 무술이자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대동류 합기유술은 이러한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이 무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이키(合氣)’라는 개념으로도 유명하다. 이 ‘아이키’라는 것은 중국 무술에서 말하는 ‘발경(發勁)’과 비견되는 것으로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힘’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이키’의 경지는 대동류 합기유술을 수려한 제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아이키’를 시연하는 유명한 고수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고수가 아이키를 시연하자, 상대방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꼼짝도 못하고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손만 대고 사람을 날린다는 바로 그 경지였다. 직접 잡아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키의 실체는 발경과 마찬가지로 무술계의 지대한 관심사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 ‘아이키’ 등으로 대동류 합기유술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높아져가고 있다.


[by 박성진 기자의 무림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