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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건강'의 관점에서 가장 모범적인 무술로 평가받는 태극권

[박성진 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제7편 태극권    

‘쿵푸(功夫)’ 또는 ‘쿵후’라는 이름으로 모든 중국무술이 통칭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를 지나면서 ‘우슈(武術)’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쿵푸’ 보다는 ‘우슈’라는 말이 중국무술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우슈는 ‘무술’이라는 한자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든 무술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우슈에는 검(劍), 창(槍), 도(刀), 봉(棒) 등의 무기술과 소림권, 태극권, 팔괘장 등의 수 많은 개별 무술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많은 무술의 종류가 있는 곳은 역시 중국이다. 땅이 넓고, 사람이 많으니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이 수 많은 중국의 무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술로는 소림권과 태극권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무술을 꼽자면 단연 태극권이다. 실질적인 수련인구만을 놓고 본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련인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무술도 바로 태극권이다. 

태극권은 그 기원에 대해서 송(宋)나라 말기(13세기) 때 사람인 장삼봉(張三奉)이 창시했다는 설과 명말청초(明末淸初, 17세기)에 허난성(河南省)에 거주했던 진(陳)씨 가문의 일족인 진왕정(陳王廷)에 의해 창시되었다는 설 등으로 나뉘어져있다. 

모든 무술이 그러하듯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생긴 무술은 없다는 점에서 태극권은 ‘중국무술의 전통에서 발전한 하나의 스타일’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 싶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수련인구를 가지고 있고, 특히 21세기 현대 무술의 지향점으로도 여겨지는 ‘건강’, ‘양생(養生)’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모범적인 무술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 많은 사람들이 태극권을 시연하고 있다.

태극권은 스타일의 면에서 볼 때 진식(陳式)을 원류로 해서 양식(楊式), 오식(吳式), 손식(孫式), 무식(武式) 등의 여러 유파가 있지만, 빠르고 강한 스타일인 진식과 느리고 부드러운 스타일인 양식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중국정부에서 태극권의 가치를 평가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 보급한 ‘간화(簡化) 24식 태극권’은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나서서 보급했다는 점에서는 태권도에 비견되는 중국의 ‘국기(國技)’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태극권이 가지는 가치는 서양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호주의 한 의사가 정리하여 보급한 ‘관절염 태극권’은 관절염 환자들과 노인들에게 태극권이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도 제시되고 있다.

태극권은 육체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정신 건강에도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태극권을 수련해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명상을 하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태극권은 ‘움직이는 선(禪, Moving Zen)’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모든 태극권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몸 전체의 긴장을 풀고 이완시킨다는 점에서 항상 상대와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는 다른 무술들과 태극권의 큰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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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장년 이상과 노년층의 무술수련을 이야기할 때 무술 수련이 수련의 어려움과 부상의 위험 등으로 권장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관절염이 있는 70대 노인에게 태권도를 권하는 의사를 찾기는 어렵지만, 태극권을 권하는 의사는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가 평생무술로서 노년층 수련인구의 확대를 기대한다면, 태극권을 롤모델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태극권도 처음부터 부드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진식태극권은 말할 것도 없고, 양식태극권도 무술인 만큼 무술로서의 원리가 동작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다. 다만 그 진행을 느리고 부드럽게 할 뿐이다. 한없이 부드러운 태권도가 나올 수도 있다. 그것도 역시 태권도인 것이다.

[by 박성진의 무림통신 -  태권도와 타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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