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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기자의 태권도와 타무도

사법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검도8단 승단시험



일본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뽑는다고는 해도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사법고시가 꼽힌다. 일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본 사법고시의 경우 3% 내외의 합격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시험이 있다. 바로 검도(劍道, kendo) 8단 승단 시험이다.

검도는 10단까지 있을 수 있지만, 시험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실질적인 최고단은 8단이다. 일본에서 이 검도 8단 승단심사는 매년 두 차례 실시되는데 한 회 심사에 약 700명 이상이  응한다. 46세 이상, 7단 취득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하는 이 시험의 합격률은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내용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무술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련을 통해 검도 8단 승단심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 그대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700명이 넘는 승단심사 인원 중에 100명 이상이 70세 이상이며 80세 이상도 1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러나 8단 승단심사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와의 승부에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검도의 기술을 통해 표현되는 정신수양의 정도라는 점. 이 시험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技, technic)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道, way of life)을 보는 것이다.
 
스포츠와 무도가 다르다고 할 때, 그 차이는 바로 이런데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후배와 제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80세의 8단인 선배와 78세의 7단인 후배가 대련을 하고, 그 대련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자네는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을 하며, 후배는 그 지적을 머리 숙여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일본의 검도계다.

눈을 돌려 우리 태권도계를 보자. 70이 넘어 도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원로가 우리에게 있는가? 아마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기자는 아직까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기자의 게으름 탓일 것이다. 60을 넘어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원로도 많이 있다고 듣고 있지만, 역시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특히 일본에서는 70, 80이 넘은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수련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할머니들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무슨 ‘할머니 시범단’이 아니라, 젊은이들 틈에 끼여서 똑같이 수련하는 할머니들 말이다.

태권도가 무도라고 할 때, 그 본질은 평생 수련에 있다. 역설적으로 협회나 단체가 어떻게 돌아가거나 말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태권도를 말없이 수련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태권도인이라는 당연한 말이 새삼스럽게 강조되는 것이다. 요즈음의 태권도 고단자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조만간 취재를 한번 가봐야겠다. (끝)

[박성진 기자의 무림통신 / 태권도와 타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