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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지금 태권도계는 '원탁'이 필요하다


[한혜진의 태권도산책] 4개 단체 '실무자 상설 협의기구' 필요
(작성일 : 2008.10.24)

- 태권도 관련기관 간 고유 목적사업 중복 등 갈등 양상
- 각 기관 실무자 간 네트워크 그룹 구성 통해 상호협력



한혜진 태권도 칼럼리스트

최근 태권도 관련기관 간의 고유 업무 침해와 관련한 적지 않은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까지 '태권도 위기론'을 거론하는 마당에 태권도계는 여전히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히 걱정스럽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06년 11월 13일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국기원(원장 엄운규),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 등 태권도 4대 단체장을 초청하여 '태권도 진흥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의 주목적은 태권도의 진흥 및 발전과 태권도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태권도인들의 단합과 상호 협력을 도모하고, 태권도단체 간 업무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국내 태권도계의 역량을 결집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대표 기관장들을 통해 협약까지 체결했다.

당시 협약식을 주도한 문체부 김명곤 장관은 태권도진흥재단 이사를 역임한터라 태권도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더욱이 국회 상임위원회(문화관광위원회)에 '태권도특별법률안'이 상정돼 있었던 만큼, 정부에서도 태권도계 재도약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간의 화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이날 문체부는 태권도 단체 간 업무효율을 높이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관련 계획은 모두 사장됐다. 굳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던 까닭을 따지자면, 문체부를 비롯하여 태권도 관련기관들이 협력체 구성에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협약 내용은 당시에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이 당시 태권도계에는 중차대한 문제와 사업들이 많았다. 특히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설립된 태권도진흥재단과 국기원 간의 사업 중복으로 인한 신경전, 도장활성화 사업에 대한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의 제각각 사업추진 등 태권도단체들이 협력보다는 자기색깔을 내기 위해 바쁘기만 했다. 그래서 당시 협약은 제법 정치적 중량감을 지녔다.

돌이켜보면 2006년협약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 설립 등과 관련한 최근의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태권도단체 간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눠져야 한다.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운영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위해 설립된 대표 기관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킨다면, 미래 태권도는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국제스포츠기구로서 전 세계 188개 회원국 관리와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 등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가치 창출을 위하여 태권도 역사 및 정신 재정립, 신기술 연구, 지도자교육 및 인재양성 등 태권도 연구기능을 보다 활발하게 해야 할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경기단체로서 대회개최, 심판판정의 공정성 확립, 박진감 및 재미있는 경기룰 개발 등을 한다. 더불어 일선 태권도장 경영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태권도진흥재단은 태권도 진흥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과 태권도계에 오랜 숙원이었던 공원 조성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우리는 데 기본이 돼야 한다. 이와 함께 태권도특별법을 근거하여 정부도 태권도계가 목적사업들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태권도 단체간 실무자 상설 협의기구' 구성이 시급하다. 태권도 대표기관 및 정부 간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회를 말한다. 각 기관들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분담하고, 큰 틀에서 상호 협력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된다면 단체간 갈등은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정부는 지나친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간섭은 태권도 진흥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전략을 세운 태권도 진흥 기본계획도 이 협의회를 통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태권도는 단기간에 세계적인 무도스포츠로 성장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과거 태권도인들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서로 '합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비해 현 태권도계는 내실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는 태권도 단체 간 실무자들부터 상호협력하면서 바로잡을 수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각 기관들의 힘을 한데 뭉쳐할 때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l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