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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계도 ‘소통’이 필요하다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소통문화 활성화가 태권도 재도약의 지름길 
                                                                                                                                   - 작성일:2008.10.09)

태권도계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진전은 없고 소란만 요란하다.

외국에 있는데도 태권도계에 좋지 않은 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태권도 전문지 뉴스를 보니 이제 걸음마단계인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3회째에 좌초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주최단체와 주관단체 내부에 문제로 말이다. 비단 이 문제는 태권도계 전체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에 국민들이 거리에 촛불로 대응하면서 반대하고,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하루도 쉬지 않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 및 평론가들은 이러한 근본적은 문제에 대하여 정부와 국민, 정당과 정당 등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사회에 큰 화두가 되었다.

태권도는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 진흥을 위한 특별법으로 제정됐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태권도본부를 표방하는 국기원이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법정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협력 하에 조율해 원만하게 되어야 할 일이 사소한 힘겨루기로 이어진 것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필자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늘어놓지 못하겠다.)

태권도 중요 사업을 이끌어가는 단체의 방만한 운영과 임원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암투, 이해관계에 따라 앞뒤 안 가리고 폄하하기 등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의 연속이다. 그러니 태권도의 위상은 더 이상 땅에 떨어질 곳이 없다고 할 정도라는 푸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 188개국 대표할 수 있는 종주국 태권도계가 이처럼 소란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소통의 문화’가 다른 분야에 비해 부족해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한 단체 내에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다른 단체와 협력하여 대승전략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개인의 영욕을 채우기 위해 태권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송사를 벌이는 등 더 이상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태가 연속이기 때문이다.

태권도계가 현재 어지러운 난관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통의 문화’를 조성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각 단체는 잦은 미팅과 회의 등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를 일원화하고, 개인의 감정보다는 조직을 위하는 마음가짐 등을 통해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다.

또한 갖가지 정책 및 규정을 변경할 때에 있어 관례적으로 소수 직원 및 기술임원 등에서 벗어나 학계, 언론, 지도자, 수련생(전공 대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즉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와 더불어 태권도계 각종 현안사항도 대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무실한 태권도학회에도 정부와 각 단체의 여러 지원을 통해 교수, 전공생들을 통해 질적인 연구물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국에 50여개가 넘는 전문 및 종학대학에 태권도전공학과가 있지만 질적인 연구물이 나오지 않은 것은 여러 태권도인들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도 현업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 이상 태권도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둬야 한다. 단체에 불만만 늘어놓기 전에 일선 태권도장에 필요한 지원책과 방안 등을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단체는 이러한 지도자들의 요구와 제안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일선도장 지원정책에 반영해야 해야 한다고 본다.

태권도계는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폐쇄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2004년 태권도 전문기자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여러모로 애를 먹었다. 다른 분야처럼 각 단체별로 홍보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보니 ‘팩트(사실)’가 확실한 기사를 보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야 각 단체별로 홍보부가 생기고, 정기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태권도가 각종 미디어에 많은 노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홍보와 정보공개에 대한 부분은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한 국제적인 학자는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정작 본인에게는 문제가 없는 줄 안다”고 꼬집었다. 태권도계가 이래왔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 남이 자신보다 더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이래서는 변화가 없고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태권도는 내년에 IOC 정기총회에서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와 퇴출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에서 ‘잔류’라는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태권도계 내부에서만큼은 잡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태권도인 모두가 합심하여 활발한 소통을 통해 태권도가 진정한 세계적인 무도스포츠로 재도약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l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