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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랭킹제와 경기룰 개정으로 비상을 꿈꾸다

'WTF-KTA' 랭킹제 도입 및 차등득점제 확대 등 경기규칙안 각각 개정

- 작성일 : 2009.02.10

2009년 태권도 경기가 새롭게 거듭날 태세다. 대중에게 질타를 받아왔던 재미없는 경기 룰이 일부 손질됐기 때문이다. 또한 올바른 심판판정을 위해 잘못된 판정은 번복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랭킹제도 도입으로 선수들의 실력이 수치화된다. 일반인도 태권도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돼 흥미롭다. 전보다 나아질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은 최근 서울 삼성동 본부에서 대륙연맹회장단 합동회의를 열고 지난 12월 터키 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된 WTF 경기규칙 개정안을 앞으로 열릴 대회에 적용하는 것을 결정했다. 앞서 집행위원회에 통과된 개정안은 세계 60여 개국을 상대로 전자우편투표(E-Voting)를 실시해 과반 이상을 획득했다. 다시 말해 통상적으로 정기총회에 올라야할 안건을 형식을 바꿔 미리 의결한 것이다. 이로써 새 경기규칙은 오는 6월에 열릴 '2009 월드컵태권도챔피언십대회'부터 적용된다. 월드컵에서 시험적용이 마치면 곧바로 10월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적용된다. 태권도에게 이번 새 경기규칙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잔류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새롭게 적용되는 경기규칙은 △경기장 크기를 ‘10m X 10m’에서 ‘8m X 8m’로 축소 △기술에 따른 차등점수제(몸통 공격 1점, 몸통 뒤차기 2점, 머리 공격 3점)를 도입, 계수시 1점 추가(최대 4점)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는 판정 번복 가능 △현행 7점 점수차승제 및 12점 상한승제 폐지 △경고, 감점의 경우 상대 선수에게 점수 부여 △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문제 발생 시, 즉석에서) 등이다.

경기장 축소는 보다 박진감 있는 경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기장 크기는 지난 2005년 사방 12m에서 10m로 줄어들었다. 이어 4년 만에 2m를 추가로 줄어들었다. 기술에 따른 차등득점제는 오래 전부터 여러 태권도 전문가들과 대중들이 요구한 사항이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과 같이 몸통은 1점, 얼굴은 2점이다. 여기다 180도 이상 회전 기술이 들어가면 1점이 추가된다. 곧 몸통 뒤차기는 2점, 얼굴 뒤차기는 3점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강력한 기술로 주심의 계수가 이어질 경우 1점이 추가돼 한 기술로 최대 4점을 얻게 된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얼굴 및 회전기술이 전에 비해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보다 기술에 따른 차등 득점제를 실시간 채점해야 할 심판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작은 실수가 경기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WTF는 개정된 경기룰이 대회에 첫 적용되기 전, 출장 심판들을 대상으로 충분하게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해 실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심판 판정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명백한 오심이 있어도 관련 심판에 대한 책임만 지고 판정 번복은 불가능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명백한 오심은 소청을 통해 번복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또한 레슬링과 같이 비디오판독시스템이 도입돼 문제 발생시 즉석에서 시정조치가 가능하게 된다.

WTF 경기규칙 개정과 함께 회원국인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도 자체적으로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KTA는 최근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고 보다 흥미있고 공정한 새 경기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팔각형(8m*10m) 경기장 도입이다. 어찌 보면 눈요깃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심판판정을 위한 선택이다. 기존의 정사각형 경기장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사각지대로 간혹 심판판정에 애를 먹였다. 반대편 심판은 선수의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갔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심판들은 득점 유무를 '감'으로 한다고 수년전 한 TV프로에서 밝혀 논란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또한 감점행위 벌칙 강화, 등 부위 가격 득점 불인정, 소청심의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경기에 재미를 주는 것 이상 공정한 심판판정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태권도가 축구와 야구, 농구와 같이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진 못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인지도와 관심을 받고 있는게 중요하다. 그동안 태권도가 여러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은 것도 그만큼 태권도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관심 밖의 무술, 스포츠였다면 재밌든 재미없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9년 태권도가 경기규칙 개정과 다양한 이벤트로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아 비상할지 주목된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l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