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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경기, 룰 개정만으로 재미를 줄 수 없는 이유?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동양보다 서양에서 열린 대회가 재밌다?

* 작성일 :  2009/02/07

태권도는 올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낙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IOC에서 지적한 경기의 재미를 주기위해서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비롯한 산하 회원국들이 모두 경기 룰을 개정하느라 분주하다. 경기장을 좁히고, 기술 난이도에 따라 차등 득점제를 적용하고, 경기장 크기와 형태를 변경해보고 단체마다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경기룰 개정만으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태권도 경기는 스포츠다. 관중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요도 필요하다. 관중들의 다양한 응원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껏 수많은 태권도 경기를 찾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종 대회를 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9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 ▲2005 스페인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며칠 전 이집트에서 열린 ▲알렉산드리아 국제태권도오픈대회 등 약 3군데를 꼽는다. 이들 경기가 아직까지도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관중들의 응원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기에 열광하는 관중들이 있어 보는데 흥이 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선수들은 화답하듯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도장에서는 엄숙하게 진행하더라도 대회장에서 만큼은 선수나 관객 모두가 즐길 줄 알았으면 한다. 그런 부분에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태권도 경기를 보다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굳이 차이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열광(熱狂, 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 또는 그런 상태)’에 있다. 동양에서는 마음속으로만 열광을 한다. 우리나라는 괜한 주변을 의식해서 더욱 그렇다. 이에 반해 서양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망설임 없이 열광한다. 그래서 태권도 경기가 서양에서 보면 더욱 재미있고 신이 난다.

앞서 언급한 99년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파견 국가대표선발전은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만큼 경쟁이 과열됐다. 그래서 각 대학팀들은 일반 학생들까지 경기장을 찾아 다양한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행부가 대회 진행과 방송중계에 방해된다며 선수단들의 응원을 중단 시켰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 등 큰 대회에서도 각 대학들의 응원전이 과열될 때면 심판판정에 방해된다며 응원을 못하도록 했다. 관중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잘 구경하다 맥이 풀렸다.

2005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흥분이 남아있다. 5천여 명이 넘는 순수 일반인 관중들이 보여준 응원 때문이다. ‘쿵!쿵! 딱!딱!’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손뼉을 부딪치며 발을 구르며 응원을 펼치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 중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일부 선수들은 그 응원으로 위축돼 재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야구와 축구도 언밀 하게 따지고 보면 시종 흥미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를 매개로하여 여러 관중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면서 즐기는 가운데서 재미를 찾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2 한일월드컵이다. 축구를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여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빨강티를 입고 집밖을 나가 응원하지 않았는가. 정작 중요한 것은 태권도 경기장에 응원문화를 일으킬 관중이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태권도에 열광하는 이집트인들]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사흘간 이집트에서 열린 제3회 알렉산드리아 국제태권도오픈대회 마지막 날, 이집트와 리비아 간에 종합우승을 놓고 막판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장에 선수들의 경기보다 관중석에 응원전이 더욱 흥미로웠다. 홈팀 이집트는 전통 악기와 추임새로 흥을 돋우며 응원하고, 원정에 나선 리비아도 홈팀에 질세라 국기를 휘날리며 응원했다.]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