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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세계화 아직 멀었다! 내실화를 다져야할 때!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는 태권도가 뭔지조차 몰라!

-작성일 : 2008/12/02


[태권도가 세계화 되었다고 자부하는 지금 이시간, 아직도 수많은 나라와 지방 곳곳에서는 태권도를 지도할 사범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태권도 하면 대한민국. 대한민국 하면 태권도. 오늘날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우리나라에서 창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에 한인 태권도사범들이 파견됐다. 이들의 역할은 국기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이다.

그 후로 35년이 지난 지금. 세계 188개국 7천만 인구가 태권도를 수련한다. 그것도 태권도장이라면 국가와 종교, 문화를 떠나 태극기가 각 도장에 걸려있고, 우리나라 말로 수련을 한다. 이런 태권도를 보는 한국인들은 모두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필자는 최근 태권도가 진정한 전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태권도가 세계 제일의 무술스포츠, 올림픽 정식종목이라 자화자찬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188개국은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된 회원국을 말하며, 7천만 수련인구는 대체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 그 근거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태권도가 양적성장에 주력한 것에 반해, 질적성장 및 내실화를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

분명 태권도는 짧은 시간 내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스포츠 종목에 최고의 외형적 타이틀인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가. 하지만 이 역시 방심하고 정체된 순간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위기상황이기도 하다.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여부를 가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기총회가 내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벌써부터 태권도 퇴출설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를 위해서는 관중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박진감과 흥미를 줄 수 있는 재미있는 룰 개정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공정한 심판판정이 되기 위한 심판교육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보완된다면 자연스럽게 관중이 늘어날 것이고, 미디어도 앞 다퉈 태권도를 조명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이정도로 각설하고자 한다.

오늘 필자가 가장 말하고자 하는 것은 ‘태권도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다. 필자는 앞서 말했듯 내실화를 다지는데 우선이라고 본다. 그동안 회원국 확대를 위한 양적성장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그 국가들이 올바르게 태권도를 보급, 정착, 발전을 하고 있는지를 둘러봐야 할 때라 본다.

 종주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스페인, 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야 태권도 보급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밖에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보급률이 수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에는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선수육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필자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이집트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왔다. 이집트는 이미 1979년 WTF 가맹한 국가로 국제대회에서 줄곧 좋은 성적을 보인 나라다. 당연히 태권도 보급이 잘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뜻밖에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포트사이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 보급되었을 뿐, 지방의 경우 태권도 보급이 현저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이런 기현상이 있을까 조사를 해봤다. 첫째, 태권도를 지도할 사범이 없다 둘째, 인지도 결여, 셋째, 중앙협회의 관리부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필자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이집트 최남단 도시 아스완에도 그동안 태권도사범이 없어 2년 전부터 보급이 시작됐다. 그것도 현지에서 30년 넘게 가라테를 지도하던 한 사범의 전향을 계기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접하고 필자는 당혹스러웠다. 올림픽 정식종목인 태권도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태권도를 과대평가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안다고 하여 남들도 다 알 것이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평생을 가라테를 지도하다 아스완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지도한 Mr.모하메드 배드리는 “태권도의 다양한 기술동작과 발차기의 화려함에 반해” 태권도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아스완에서 태권도 수련생을 찾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즉 아스완에는 태권도사범이 없었다. 현재 아스완에 1단 이상의 유단자는 모두 3명. 이들 역시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전직 가라테 사범들이다.

이런 까닭에 현지 주민들이 태권도를 알리 만무했다. 우리처럼 다양한 스포츠 채널을 시청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모를 뿐이다. 당연히 인지도야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반해 가라테와 쿵푸 인지도는 높고 인기도 좋다. 가라테야 30년 넘게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무술이었고, 쿵푸의 이소룡 인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중앙협회의 관리 부재는 전국적으로 보급을 골고루 하지 못한 것에 있다. 현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까닭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역마다 유능한 사범 한 명이라도 파견시켰더라면 지금보다 보급이 열악하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도 중앙협회는 지역협회에 이렇다 할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규 수련생이 늘어남에 따라 협회 재정이 좋아질 뿐이다. 중앙협회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협회 관계자 누구도 아스완을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3개월마다 태권도 승급심사 때 심사감독관이 잠시 방문해 심사명부에 서명을 하고, 심사 수수료를 가져갈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파견 해외봉사단 태권도사범들의 말에 따르면,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의 태권도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태권도를 알지 못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일부 동료단원들은 필자와 같은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코이카는 물론 태권도기관 차원에서 태권도 보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범파견제가 보다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태권도의 진정한 세계화가 되어 발전하는 길은 내실화를 다졌을 때 가능하리가 본다.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