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경기에 태권 ‘도(道)’는 없었다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판정에 불만 품고 심판 폭행

이번 베이징올림픽 태권도경기에는 태(跆)와 권(拳)은 있었는데 도(道)는 없었던 듯하다. 한 외국 태권도 선수가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심판은 선수의 발차기를 맞고 얼굴이 찢어졌다. 
 

이 문제의 장면은 어김없이 각 국에 생중계가 되었고, 동시에 긴급 토픽으로 전송됐다. 우리나라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태권도 명예가 최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가뜩이나 태권도 경기가 박진감이 없고 판정시비가 많으며, 미디어노출이 부족하다 하여 올림픽 정식종목에 퇴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상 첫 전 체급 석권이라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일로 마냥 신나게 웃을 수만 없게 됐다. 향후 국제 스포츠회의 등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반대하는 단체에서 분명히 문제를 거론할게 불을 보듯 뻔하다.  

태권도 경기에 고질적인 판정시비로 늘 태권도가 많은 팬들에게 질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전과 크게 다르다. 정말이지 있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선수가 판정에 항의를 하다 심판을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타 스포츠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긴 하나, 태권도는 어디까지나 ‘무도 스포츠’가 아닌가. 타 스포츠와 달리 모범이 되어야 할 종목에서 말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사건이 일어나자 곧바로 임시 회의를 거쳐 파동을 일으킨 선수를 영구 제명을 시켰다.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당시 상황은 앞서 말했듯 전 세계적으로 긴급 속보로 알려졌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명예를 세계적으로 실추시킨 해당 선수와 지도자의 태권도 승단 자체도 박탈해야 한다. 선수가 이성을 잃고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지도자라도 바로잡아야 했으나, 지도자까지 나서 심판들에게 항의를 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무도(武道) 스포츠라 알려왔다. 수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예절바른 태도로 자신의 덕(德)을 닦는 행동철학이다. 그러기 때문에 태권도가 짧은 시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무도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태권도가 진정한 무도 스포츠로 제자리를 찾으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변화가 요구된다. 비단 이번 올림픽에서 물의를 일으킨 쿠바 선수만을 말한 게 아니다. 지나친 승부욕으로 태권도 정신을 망각했던 태권도인 모두가 말이다.

[사진 = 쿠바의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급기야 해당 심판 안면을 강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