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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문대성의 위용적인 태권도 발차기 베이징에서도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작성일 : 2008.08.21

벌써 4년 전의 추억이 되었다. 올림픽이 시작된 땅 그리스 아테네에서 우리나라 문대성(동아대 교수, IOC선수위원 출마)이 홈팀 선수를 상대로 위력적인 태권도 발차기 한 방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신보다 20cm가 더 크고, 게다가 홈팀의 막강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문대성은 침착하게 경기를 운용해냈다. 결과는 싱겁게 끝이 났다. 1회전 상대의 공격을 뒤후려차기 한 방으로 KO 시켰기 때문이다. 일순간 1만여 명의 관중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경기는 감격적이었다. 얼마 전 외국 태권도 수련생들과 함께 당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누가 봐도 체격 면에서 월등하게 떨어진 문대성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결정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고 반격을 준비하다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뒤후려차기를 내뿜는다. 2미터가 넘는 선수라도 급소에 발차기를 맞고 정신을 쉽게 차릴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당시 그 경기장면은 태권도의 진면목을 보여준 좋은 계기였다.

당시 태권도는 박진감이 부족하고,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급기야 올림픽 퇴출 종목 대상이라고까지 했었던 터였다. 그렇지만, 문대성의 발차기 한 방은 종주국 태권도의 위용과 태권도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선수가 일소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태권도 경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네 명의 태권전사가 출전한다. 그들 모두는 올림픽 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선발전과 올림픽 본선 출전을 위한 세계예선대회 등을 거친 경기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다.

이들의 경기결과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운 '10-10' 목표 달성에 절대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예전에야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모두 금메달을 따낸다고 자신했지만, 최근에는 상대국가 선수들의 경기력이 일취월장 성장하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게다가 신체적인 조건에 있어서도 우리 선수들에 비해 해외 선수들이 월등하게 좋아 결과적으로 강한 정신력과 실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전 체급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는 것 보다 종주국 선수다운 멋진 경기를 펼쳤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를 비하시키는 것 처럼 소극적인 경기보다는 보다 공격적이고, 때로는 고난이도 기술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메달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할 듯하다. 국민들의 온통 관심은 선수들의 경기력 이상 결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 태권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본전, 실패하면 치욕이라는 공식은 깨져야 하다는 것이다. 선수나 국민 모두 경기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여 진정한 메달을 땄으면 한다.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년 전 아테네에서 문대성이 종주국 자존심을 회복시켰던 경기장면이 재연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결과에 부담주지 않는 응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올림픽 기간 출선선수들이 직접 IOC선수위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 여기 후보에 아테네의 태권도 영웅 문대성이 후보에 올랐다. 최근 한국 스포츠외교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문대성이 만약 선출된다면 한국 스포츠외교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올림픽 마지막에 태권전사들의 선전과 문대성이 IOC선수위원에 선출되어 한국 스포츠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