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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영웅은 어디로… 문대성의 '무원고립'

[기자의 눈] “애당초 정치계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됐는데” 



얼마 전까지 만하더라도 문대성은 전 세계 태권도인의 영웅이며 대표 인물이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황금 뒤후려차기로 전 국민과 세계 태권도인의 인기를 얻으며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모교에서 대학 교수로 출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최다득표로 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국제 스포츠 외교관으로 활동, 국민의 여망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일조 등. 문대성을 롤모델로 내일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그가. 한 순간에 추락했다. 친정이라 할 수 있는 태권도계에 반대 분위기를 무시한 채 자신의 뜻대로 정치계에 입문한 것이 큰 화근이다. 20년 넘게 혼신의 노력으로 쌓은 업적으로 만들어진 영웅의 이미지가 고작 1개월 만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혹독한 정치 세계를 경험했다고 하기에는 잃은 게 너무 많다. 우선 직장을 잃었다. 급기야 스포츠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인 IOC선수위원 자격박탈 위기에도 처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명예’가 한 없이 추락한 점이다. 

태권도계는 상처투성이 된 문대성을 위로해 줄 분위기가 아니다. “다들 반대한 것을,,,. 왜 그런 선택을 해서”라며 한 숨만 내쉴 뿐이다. 일부는 이번 총선과정에서 문대성의 표절논란이 태권도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원망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정부도 한국 체육계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또 2013년 IOC총회에서 태권도 핵심종목 유지라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시점에 태권도 대표모델이자 IOC선수위원이 논문표절이라는 도덕적인 흠집으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다.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그 곳을 빠져 나와야 한다. 그 곳은 문대성이 있을 곳이 아니다. 논문을 표절을 했든, 대필을 했든 현 상황에서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다면, 이쯤에서 정정당당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억울함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현재 밝혀진 내용을 인정할 수 없더라도 이미 경기는 끝났다. 경기로 치자면, 패배했다. 선수시절 숱한 오판으로 눈물을 삼켜봐서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런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정치바닥에 미련 없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문대성은 20일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인지 “저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증폭되거나, 새누리당의 쇄신과 정권 재창출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말로 당을 빠져 나왔다. 

사실상 쫓겨나면서까지 당을 걱정했다. 이건 의리와 도리가 절대 아니다. 1개월간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라도 제 몸에 어울리지 않은 국회의원 당선 자격을 버리고, 순진무구했던 옛 시절로 돌아오길 바란다.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 www.taema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