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운동 지도자의 건강 사각지대… 자신 건강부터 챙겨야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일선 지도자들의 건강관리 이대로 괜찮나? 

운동선수는 늘 부상에 노출되어 있다. 은퇴 후에는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한다.


최근 한 대학교 연구소에서 직업별 평균 수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체육인이 평균 67세로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짧았다. 상식적으로 운동으로 단련되어 일반인에 비해 건강히 장수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결과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효조 감독과 최동원 감독이 며칠 사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야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충격에 빠졌다. 누구보다 건강할 것이라 믿었던 한 분야의 최고 선수출신이 건강 때문에 생을 마감해서다. 

특히 전문적인 엘리트 경기인 출신들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현역 시절 자신의 운동 특성에 맞도록 과도한 훈련, 불균형 한 음식 섭취, 성적과 진로에 대한 심한 부담감으로 비롯되는 스트레스 등이 그 이유다. 

운동선수 출신의 공통점은 은퇴 이후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운동을 직업으로 했던 만큼 염증이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시기, 그들은 운동을 중단한 것이다. 거기에 흡연과 음주로 몸을 더욱 망치는 사례도 있다. 

최근 학창시절 촉망받던 태권도 선수를 거쳐 한 고등학교팀을 맡은 박현우 코치가 갑작스럽게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러한 소직을 접한 태권도 경기인 출신들은 충격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 밝은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봤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병명은 위암이다. 4기로 말기 수준이다. 발견 시기가 너무 늦어 수술도 하지 못한다. 강한 의지로 항암치료로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지인을 비롯한 동문, 동료 지도자, 선수들이 빠른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있다. 

흔히 운동선수들이 많이 앓는 질병은 위장 장애이다. 불규칙한 생활 및 식습관은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이다. 운동선수 생활을 할 때는 과도한 훈련, 해로운 음식섭취, 체중감량, 성적과 진로에 대한 압박감 등 건강에 이롭지 않은 조건 속에 놓여 있다. 

그래서 간혹 일반인들은 운동선수 출신들에게 “운동했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골골하냐”고 한다. 운동을 한 사람치고 약해 보인다거나, 건강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렇다. 이런 소리를 들은 당사자는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도자들의 상태는 더욱 안 좋다. 오랜 선수생활로 몸 상태는 좋지 않은데다 운동도 식사도 제 때하지 못하고, 대회에서 성적으로 모든 게 평가받기 때문에 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고등학교에 태권도팀을 지도하고 있는 A코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두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평균 2주에 한 번꼴. 합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매월 2회 이상 대회 출전으로 생활이 늘 불규칙하다. 

대회장에서는 경기에만 집중하지 못한다. 여러 팀 지도자들과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밤마다 원치 않은 음주를 해야 한다. 보통이 3차다. 자정이 늦은 시간이 돼서야 헤어진다. 이른 아침 소속 팀 선수 경기를 위해 식사도 못하고 경기장으로 이동한다. 

대회 성적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면 답답하다. 한 숨만 내쉰다. 학교에는 어떻게 보고할지도 막막하다. 대부분 코치들은 비정규직이다.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몇 번 부진하면 한 순간에 코치직을 잃게 된다. 몸도 마음도 직업의 안정성도 늘 불안하다. 

뿐만 아니라, 하위 학교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틈틈이 해당 지도자와 부모를 찾아가 고개를 숙인다. 한두 번의 정성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졸업생들의 진로도 고민해야 한다. 입상 여부에 따라 다르다. 성적이 좋은 선수는 좋은 곳으로 입상실적이 없는 선수는 어떻게든 찾아서 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쯤 되면 지도자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병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지도자들은 비만이다. 질병하나쯤은 기본적으로 달고 있다. 마치 훈장과 같다. 건강하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고등부 팀을 맡고 있는 중년의 B코치는 “우리 애가 벌써 중학교 2학년이다. 어릴 때부터 코치생활을 하다 보니 늘 합숙소, 대회장에서 생활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아내와 딸아이에게 신경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늘 미안하다. 그렇게 해서 남은 건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소연 했다. 

“건강이 최우선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운동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성공과 만족은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건강해야 그 만족감에 행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은 늘 점검하고 챙겨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동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자만하는 경우도 일부 원인이다. 운동 상해 이외 병원 가는 것을 일부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반 직장인처럼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없다.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자신의 질병을 찾아야 한다.

세계 10강의 스포츠 강국다운 체육인 복지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들의 건강을 위해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 종목별 단체에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 해 선수등록과 지도자등록을 할 때 건강검진에 이상이 없다는 의료기관의 확인서를 받고 승인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체육인의 인식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건강은 자기 자신이 귀하게 여기고 챙겨야 한다. 앞으로 직업별 평균수명 1위가 체육인이 되는 그날이 되길 바란다.

[by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 무카스미디어]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