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공원 '상징지구' 난항…태권도계 무관심 때문?


전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를 목표로 태권도공원 조성이 한창이다. 명실상부한 성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유명무실한 ‘속 빈 강정’이 될 것인지는 이를 애용할 태권도인의 관심에 달려있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조성되는 태권도공원은 올해 연말까지 누계공정률 37%를 목표로 쉴 틈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원 초입에 국제경기장은 벌써 기초공사를 마쳤다. 내년 중반쯤이면 5천석 규모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완공까지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태권도공원은 이제 앞으로 1년 반 후면 완공된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기다려온 시간에 비한다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사가 애초 계획대로 2013년 4월까지 완공되려면 첫째, 원활한 예산확보와 둘째, 상징지구 건립 기부금 모집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모두 원활치 않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필요한 건립비용을 일부 축소했다. 차질 없이 공사를 진행하려면 원래대로 늘려야한다. 민자 투자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흥재단 관계자는 “예산부분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문제다.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반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심각한 사항까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태권도공원을 상징할 수 있는 ‘상징지구’가 어쩌면 빠질 위기에 놓였다. 태권도공원은 크게 ▲체험공간 ▲수련공간 ▲상징공간으로 나뉜다. 이 중 상징공간은 문자 그대로 공원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난항을 겪는 이유는 상징지구 건립은 기부금으로 짓는다는 기본계획 때문이다. 건립을 위해서는 약17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모금된 액수는 약22억4천여만원 정도. 전체금액에 21%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단시간 내에 기부금이 모여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 

상징지구는 태권도공원의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부지 최상단에 있다. 공원 시설 중 유일하게 한국 전통방식으로 지어진다. 나머지는 한국 고유의 문양과 태권도 정신, 철학의미는 담고 있지만 모두 현대식이다. 다시 말해, 상징지구가 없는 태권도공원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를 게 없다. 


태권도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태권도진흥재단 측은 기부금 모금이 애초 기대보다 현저하게 부족하자 난감해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자금에 포함하려고도 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기존 예산 지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최대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진흥재단은 다른 건 몰라도 상징지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차선책으로 태권전과 명인전 중 ‘태권전’만이라도 우선 건립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태권전은 연면적 363㎡(지상 1층)로 태권도의 철학과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서원, 향교의 전통적인 배치 개념을 반영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고단자의 정신수양 강연과 태권도의 날과 신년맞이 제례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약 48억원이 건립비용이 든다. 이를 위해 부족한 25.6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태권도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모금된 기부금 역시 90% 이상은 금융권에서 지원했다. 나머지 일부도 국내가 아닌 해외 태권도인들만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흥재단의 한 관계자는 “태권도공원에서 상징지구는 핵심이다. 기본계획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제한 적 없다. 어떻게든 1차 사업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포기해서 안 된다. 꼭 건립돼야 한다. 그러려면 태권도인의 많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상징지구 건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태권도인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원의 주인은 물론 사용의 주체가 태권도인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큰 관심이 없으면서 기업체와 일반인에게 지원을 부탁하는 것은 모순이다. 명분도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태권도진흥재단 초청으로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전국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이 태권도공원 조성현장에 방문, 공사 진행상황을 자세하게 설명 들었다. 그동안 태권도계에서는 공원에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태권도진흥재단 유진환 사무총장은 주요 태권도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태권도공원 주인은 태권도인들이다. 공사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면서 “앞으로 시군구 태권도협회 실무진을 초청해 설명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영기 상임부회장은 “태권도공원이 건립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번에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태권도공원이 우리 태권도인들의 것이고 태권도인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양진방 사무총장 역시 “현장 방문을 통해 태권도공원과 대한태권도협회 및 시도협회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며 “이러한 공감을 토대로 앞으로 태권도인들이 구체적으로 공원 조성과 운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태권도계가 태권도공원 조성에 대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태권도공원 조성을 추진한지 10년이 넘었고, 착공한 지도 2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이다. 

태권도공원은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드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특정 단체와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국내 태권도인 만을 위한 공간 또한 아니다. 전 세계 200개국 7천만 태권도인들의 문화유산이 되어야 할 곳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문화유산’이 될 수 없다. 내외실을 확고하게 구축했을 때 가능하다.

[by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 무카스미디어]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