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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국가대표급’이라 하기엔… 올림픽 주자들의 ‘저질체력’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출전자 다수 체력저하 심각, 기초체력부터 다시 키워야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출전자격을 따와야 할 국가대표 예선전이 치러졌다. 보통은 이런 경기는 그동안 ‘별들의 전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빛나는 별들을 찾기 어려웠다. 종주국 ‘국가대표급’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23일과 24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전 파견 예선전에 출전한 선수들 대부분은 몸이 무겁고 체력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함을 드러냈다. 3회전을 채 마치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나 양손을 무릎에 짚고 겨우 버티는 경우까지 보였다. 어느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승패를 선언하기도 전에 뒤로 나자빠졌다. 

이를 목격한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숨만 내쉬었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신력도 흐트러져 판단력을 잃게 돼 경기를 원활하게 뛸 수가 없다. 

선수들의 극심한 체력저하의 원인으로는 ‘전자호구’와 ‘8초룰’, ‘차등득점제’ 등의 도입으로 과거에 소극적이었던 경기운영이 공방전으로 바뀐 점이 대두됐다. 한때 이러한 룰이 적용되기 전에는 발차기 몇 번 차지 않고도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체력 소모량이 전과 비교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운영이 기존보다 공격적이고 발차기 빈도수가 늘어났더라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환경이 변하면 그에 맞도록 맞추는 것이 프로의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각 선수단이 대회에 집중하다 보니 기초체력 훈련에 소홀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체력훈련 강요해도 선수들이 힘들다고 거부하는 추세라는 후문이다. 

국내 환경도 한몫을 차지한다. 보통 운동선수는 강한 체력을 쌓기 위해 대회가 없는 겨울철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정신력을 강화시킨다. 동계훈련이 그 해 농사를 결정지을 만큼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4월부터 시작되던 대회가 몇 년 전부터는 1월 제주도평화기선수권부터 연달아 진행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대회 때문에 체력훈련 할 시간이 사라졌다. 결국, 체력훈련에 ‘올인’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하계훈련도 어렵다. 중고교 선수들의 3회 출전제한 때문에 웬만한 대회가 여름방학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 김세혁 전임감독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를 유심히 관찰했다. 출전 선수들의 평가를 묻자 긴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기술력 평가를 뒤로하고 체력저하로 3회전 경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이 검게 따는 듯했다. 

김세혁 감독은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태로 올림픽을 준비한다면 승산이 없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체력이다. 체력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은 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체력과 정신력 모두 형편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김 감독은 “늦어도 올림픽에 파견할 국가대표 상비군이 8월에 선발되면, 그때부터는 태백분촌(1,350m 고지대훈련)과 공수부대 등에서 기초체력과 정신력 강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KTA 양진방 사무총장은 “경기 운영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강한 체력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올림픽 선수단이 꾸려지면, 과학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릴 전담코치를 선임할 예정이다”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KTA 경기력향상특별위원회 정국현 위원장은 “유능한 선수라면 체력 안배를 알아서 해야 한다. 체력 없이는 이길 수 없다. 현재로서는 경기력을 걱정할 게 아니라, 강인한 체력훈련과 정신교육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며 “전자호구 도입으로 다양한 발차기 빈도수를 늘리려면 체력이 우선돼야 한다. 외국선수와 비교해 신체조건에 밀리더라도 체력만 탄탄하면 어렵지 않다”고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파견할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은 앞으로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짧은 기간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아야 자격이 있지 않을까.


김세혁 전임감독과 기자가 대회장에서 선수단의 경기력에 관해 취재보다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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