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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황경선의 세계랭킹 1위… 기쁘지 않는 이유?

 

그랜드슬래머 황경선(고양시청, 26)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발차기를 쏘아 올린 황경선이 한국선수로써는 유일하게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황경선의 세계랭킹 1위가 기쁘지 않는 이유가 뭘까.

 

황경선(고양시청, 26)은 최근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발표한 2012년도 11월 세계랭킹 여자 -67kg급에 226.4점으로 2위인 터키의 누르 타타르의 195.2점에 31.2점 앞서며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언제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 이는 WTF 주최하는 국제대회 이외 각종 오픈대회의 지속적인 참여와 입상성적에 따라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상대국가 선수들에 비해 메이저대회 이외 국제대회 참가할 기회가 없는게 그 이유다.

 

당분간 황경선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계획은 없다. 내년 멕시코 세계선수권대회 선발 여부에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발이 되면, 그에 따른 경기력 점검을 위해 오픈대회 출전해 많지 않지만 점수를 쌓아 올릴 수 있다.

 

특히 황경선을 근소한 점수 차이로 뒤쫓는 선수들이 대부분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위해 WTF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대회에 출전이 잦다. 게다가 한 번 누적된 랭킹점수는 4년간 유효하지만, 매년 4분의1이 삭감된다.

 

한국은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 4체급에 출전해 전원 금메달을 목에 걸어 2009년 도입된 세계랭킹에서 남녀 16체급에 중 5체급 1위 자리를 지키며 종주국의 위용을 과시한 바 있다.

 

그것도 잠시. 올림픽 특수(올림픽 1위 100점, 일반 오픈대회 1위 10점)가 끝난 후 누적점수가 깎여 이제 한 명이라도 지키는 것만도 다행인 상황에 놓였다. 세계랭킹에 중요성은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바쿠 올림픽 세계예선전 등에서 부각됐다. 중요한 대회에 유리한 시드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량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한국이지만, 국제무대에서 한국선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심지어 기량과 테크닉도 국제흐름에 뒤쳐진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국선수단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제 태권도 흐름에 정통한 여러 국가의 대표팀은 오히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주요 메이저대회에 유리한 시드배정을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점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까다로운 선수와 예선에서 피하기 위해 무조건 1위가 아닌 최상의 등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태권도는 국제적인 흐름에 맞는 경기규칙 적용과 국가대표 선발방식 변화, 그리고 세계랭킹 점수 획득과 국제 경험 확대를 위해 연 4회 이상 오픈대회 출전이 불가피 해진 상황이다. 이마저도 외면한다면, 4년 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가 아닌, 올림픽 본선 출전도 모두 못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황경선은 개인적으로 정상에 선 기쁨보다도 종주국을 대표해 정상을 지키는 부담감이 주어지고 있다.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2연패,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우승 등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이제는 즐기면서 해도 모자랄 황경선의 양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종주국 태권도가 바뀌어 갈 때 황경선도 새로운 날개를 달고 스스로 늘 꿈꾸는 ‘즐기는 태권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태마시스 운영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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