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카스미디어/NEWS - 마샬아츠

택견배틀의 F3 '파이팅+재미+축제'… 동면(冬眠)에 들다

택견배틀 전담 리포터 곰 기자가 되돌아 본 택견배틀 2011 

택견배틀 2011 용인대 우승을 이끈 백승기의 배지기


택견배틀이 열린 해가 2004년. 인사동의 한 구석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잔치는 어느덧 8년째 장정에 마침표를 찍었고, 또 내년을 위해 동면에 들어갔다.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택견배틀’이 열린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말년휴가를 나와서부터 결련택견협회에서 운동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선수로도 뛰었다. 

비록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약동하는 에너지를 느낀 것이 어느덧 8년이라니. 게다가 올해는 협회의 기획실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택견배틀 전담 기자로 무카스미디어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어 그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이제 당당히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 잡은 택견배틀에 대해서 1년간 전담기자로 일한 기억의 토대로 택견배틀의 3F에 맞춰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보겠다.

1. 파이팅(Fighting) 

극적인 승리를 안긴 중구팀의 소병수가 하늘을 날고 있다.


택견배틀의 3F 중 첫 번째인 파이팅. 택견배틀이라는 경기는 구경꾼의 입장에서 매우 알기 쉬운 방식의 경기와 그 접근성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얼굴을 한 대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기는 규칙은 그 두 가지의 승리 방법을 위해 아주 다양한 모습의 승부 기술이 나와 눈을 즐겁게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올해 최고의 명승부로는 서울 중구팀과 대전 전수관 팀이 맞붙은 9배틀. 당시 중구팀은 소병수 선수를 제외하면 택견배틀 경력이 일천한 팀이라서 누구나 대전 전수관의 승리를 점쳤다. 아니나 다를까. 대전 전수관 두 번째 선수로 나온 함지웅 선수가 중구팀의 선수 네 명을 모조리 잡아내며 ‘올킬’ 을 이룩하기 직전까지 갔다. 

쉽게 끝나겠지 했던 승부는 소병수 선수가 대전 전수관의 선수를 하나하나 물리칠 때마다 경탄의 소리로 가득 찼고, 대전의 마지막 선수인 윤창균 선수와 최후의 일전을 벌일 때에는 이미 응원석의 응원은 중구팀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이 자리했다. 그리고 결국 소병수 선수는 5분이라는 시간을 다 써가며 마지막에 태질로 윤창균 선수를 잡아내 기적 같은 승리를 중구팀에게 안겨주었다. 그야말로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떠오르는 승리. 

이 승부를 올해의 최고의 명승부로 꼽는 이유는 이런 극적인 드라마 같은 승리 뿐 아니라 이 승부의 주체인 소병수 선수가 승리에만 집착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중하게 택견 경기를 하면서도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택견판에서 관객 역시 배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승부가 첨예한 곳으로 달려갈수록 선수들에게서 큰 동작은 잘 나오지 않으며 승부는 일반 구경꾼이 보기에는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러나 소병수 선수는 그런 와중에도 구경꾼들이 웃을 수 있는 여유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나중에 인터뷰한 소병수 선수의 “나는 승부와 웃음 중 하나를 택하라면 웃음을 택하겠다”라고 한 마음가짐에서 왔다고 보인다.

택견이라는 경기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넉넉함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넉넉함이 바로 우리 고유의 멋이며 전통이 아닐까. 우리의 전통복색인 한복은 풍성하게 우리 몸을 가리면서도 맵시가 있다. 내가 어디 살이 좀 쪘던 아니던 마치 그러한 약점은 내가 보완해주겠다는 듯이 풍성하게 몸을 감싸 안은 한복은 바로 우리의 넉넉함이며 택견배틀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고도의 현대 스포츠화를 꿈꾸며 그에 맞춘 변화를 추구하는 대한택견연맹의 경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모습이 바로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호흡하는 택견의 원 모습이기에 올해 최고의 명승부는 9배틀이다.

2. 재미(Fun) 

성주전수관 마스코트 보라 양이 건달역을 맡은 배정석을 격퇴하고 있다.


택견배틀에는 해학과 익살이 들어있다. 영화 황산벌을 보면 쉬이 느낄 수 있듯이 심각한 상황일지라도 보는 이에게 폭소를 자아낼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일 것이다. 택견배틀도 승부가 갈리는 찰나의 순간에서 벌어지는 본의 아닌 해학으로 많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코믹하게 일부러 준비를 하고 나오는 편에서는 택견배틀이라는 판이 무예란 우리가 다가가기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도 같다.

경북 성주 전수관의 경우 감독인 강호동 감독의 딸인 보라와 미르가 나와 택견으로 건달을(주로 배정석 선수가 맡는다.) 격퇴하는 시범을 많이 보이는데 건달 역할의 선수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넉살로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든다. 또 본의는 아니지만 선수들끼리 경기하다가 엉키곤 하는데 이 상황이 대단히 묘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서울 중구팀과 대전 전수관의 경기에서 외발쌍걸이에 걸린 백병현 선수가 기술을 건 함지웅 선수를 격하게 포옹하며 글로 묘사하기 매우 미묘한 어떤 상황(?)을 연출해냈을 때 구경꾼들이 터뜨린 박장대소는 그 자리에 없었다면 즐길 수 없는 한편의 코미디였다. 심각하고 긴장된 흐름이 주를 이루는 무예판의 선율에서 이런 재미는 정말 흔치 않다.

3. 축제(Festival) 

성주전수관은 매 경기마다 값진 성주 참외를 상대팀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이런 승부와 재미가 합쳐지는 장이기에 택견배틀은 하나의 거대한 축제가 되었다. 축제라면 먹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물음이라면 성주전수관이 자신들의 경기 때마다 가져와 나눠주는 명물인 성주참외도 한 몫 하겠다. 

긴장감 흐르는 승부와 그 와중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해학, 그리고 먹거리. 이래서 택견배틀은 사람들이 몰리고 또 재미있나보다. 한 바탕 신나는 놀이와 웃음과 먹거리가 어우러지는 이런 모습은 우리의 고대 축제였던 동맹이나 무천 등을 생각나게 한다.

급할수록 여유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 다변화되고 급속도로 변해가는 이런 현대 사회에서 우리도 좀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면 어떨까? 너

무나 급해서 웃을 시간도 없는 우리의 삶에서 한바탕 큰 웃음을 주는 택견배틀. 이제 동면에 들어가 내년 4월에서야 기지개를 키며 다시 일어서는 잠꾸러기지만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내년에도 역시 그 넉넉한 한국의 미인 같은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의 글. 1년의 절반 이상, 주말을 반납하고 택견배틀 장에서 여러 사람들을 위해 취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의 장을 마련해 준 ‘곰’ 조현웅 기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안에서 발굴한 파이팅과 재미, 축제의 묘미는 앞으로 택견배틀을 관람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관전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내년에도 더욱 값진 현장의 소식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무카스 편집자 주)



<위 내용의 저작권은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에 있습니다. 따라서 무단전재 및 재배포가 금지 되어 있습니다. >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