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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기자의 눈] 국가대표 상시체제, 전임감독 선임이 우선

전임 감독 없이 상시체제 구성될 경우, 선장 없는 배와 다름없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늘 효자종목이던 태권도가 이번엔 ‘불효자종목’이 됐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첫날 대회장에 방문한 홍준표 회장은 선수들의 경기운영이 실망스럽다고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대회가 끝난 후 집행부에 특별지시를 통해 개혁을 주문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사무총장은 "모든 패배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무국과 기술전문위원회 등과 머리를 맞대고 기술향상과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국가대표 2~3배수를 선발하여 상시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 국가대표 예선전을 거쳐 최종선발전을 통해 최종 국가대표를 선정하는 방식을 탈피한 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KTA가 연구할 계획이다.

상설국가대표팀이 그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려면 선수선발 방식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을 이끌 ‘전임 지도자’ 선임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KTA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선장 없는 배가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다. 각국 선수들의 경기력을 분석하고, 사심 없이 선수들을 이끌려면 별도 소속팀이 없는 전임 감독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양진방 사무총장은 23일 <무카스>와 인터뷰에서 “전임 감독은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전임 감독을 두려면 그에 맞는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KTA에는 그만한 여유가 없다”며 “현재 각 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가 직업으로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전임 감독에 지원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 스포츠 전략종목으로 태릉선수촌을 연중 약 280여일을 사용할 수 있다.이 기간 동안에는 대표팀 지도자와 선수에게 선수촌 합숙 기간 동안 숙식비를 비롯하여 급여 및 수당이 지급된다. 지도자는 적게는 월 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 종목은 전략종목에 해당되지 못해 예산이 없어 합숙훈련조차 못한 실정이다. 그런데 태권도는 예산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전임 감독을 모집하면, 전국적으로 ‘명예’와 ‘봉사’를 내걸고 지원할 대상자가 한둘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KTA가 전임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배경에는 그간 말 못할 사정도 있었다. 그 이유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상위입상 할 경우 감독, 코치, 트레이너 등에게 상점이 주어지는데, 후에 누적 점수에 따라 체육공로 훈·포장이 수여된다. 만약 전임 감독제로 운영되면 ‘훈포장 정치’를 포기해야 한다. KTA가 전임 감독제 도입을 못하는 고민 중 일부분이다.

그간 태권도 각종 국제대회에 코칭스텝 면면을 살펴보면, 지도경험 하나 없는 인사가 감독직을 맡는 어처구니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칙과 기준이 없는 선임이 계속되자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원성이 끊이질 않았으나 허공에 메아리로 그쳤다.

국내외 태권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고 해도 앞으로 정상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표팀 상시운영체제와 전임감독제 시스템은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 대등한 수준의 실력으로 성장한 이란, 중국, 미국 등 국가는 범정부 차원에서 태권도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는 이란에 여자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미국은 세계선수권 5연패,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스티븐 로페즈'라는 ‘월드스타’를 배출했다.

한국 태권도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수모를 반드시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씻어 내야 한다. 또한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 출전권 전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태권도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대표팀을 이끌어 나갈 ‘명장’이 필요하다. KTA도 더 이상의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처방과 순리를 따라야 할 것이다.

[by 무카스 미디어 =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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