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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온두라스 대통령의 각별한 태권도 ‘예찬’

태권도 정신과 철학 바탕으로 대통령직 수행
아직도 매일 태권도 수련으로 일과 시작해



온두라스 로보 대통령이 조정원 총재에게 태권도 발차기 조각상을 선물받고 기뻐하고 있다.

온두라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과 달리 방한 첫날 태권도 단체가 마련한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온두라스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대통령(Porfirio Lobo Sosa, 64)이 그 주인공이다. 20일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 온두라스 국회의장과 주한 대사, 주요 부처 장관 등과 함께 참석했다. 일행에 온두라스태권도협회장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로보 대통령이 태권도 유단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느 유명인과 정치인들처럼 젊은 시절 잠시 체험한 경력으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승단했거니 짐작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로보 대통령은 태권도에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오히려 행사장에 참석한 여러 태권도인과 관계자들에게 태권도 예찬론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국기원 공인 3단의 유단자로 26년째 수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무력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자신에게 태권도를 지도해 준 스승에 대한 이야기부터 태권도가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 태권도 수련의 필요성 등을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로보 대통령이 처음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권도 교관으로 온두라스에 파견된 故 송봉경 사범(2008년 작고)에게 배웠다.

당시 태권도에 관심이 있던 로보 대통령은 송봉경 사범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데 나이가 36살이다.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문의하자, 전화를 받았던 송 사범의 부인은 “걱정 없다. 사범님이 더 나이가 많다”고 말해 태권도를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로보 대통령은 자신에게 태권도를 지도한 송봉경 사범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

“송 사범님께서는 아주 엄격한 분이셨다. 태권도의 규범은 어떤 동작을 해야 한다고 가르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송 사범님께서는 돌아가셨지만, 저에게 가르침을 남겨 주셨다.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슴 속에 아직도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뿐이 아니었다. 행동으로도 보여주었다. 조정원 총재의 환영사에 답사하기 위해 단상으로 가는 길에 송봉경 사범의 부인 강영신 씨의 자리로 찾아가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태권도에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강조하고 지도하는 예의를 대통령이 되어서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힘겨웠던 승단 과정의 옛 추억도 소개했다. “송 사범님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1단을 따게 되었다. 그 후 2단에 도전했다. 몰랐던 게 두 개의 합판을 깨야 단을 딸 수 있었다. 그냥 행위만 취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사범님께서 합판 두 개를 보여줬을 때 당황했다. 결국, 합판을 깼다. 그래서 이렇게 단을 딸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단을 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국기원 단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로보 대통령

그는 자신이 태권도 유단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승단 과정을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뒤주머니를 열더니 지갑을 꺼냈다. 운전면허증, 가족사진에 이어 국기원 단증을 찾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금껏 국제적으로 많은 유명 인사들이 태권도 유단자라고 소개됐지만, 로보 대통령처럼 태권도 단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은 처음 목격했다. 그것도 국가원수가 말이다. 국기원 단증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우려하는 요즘, 어쩌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격하시킨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온두라스 국민들이 저를 말하길 아주 조용하다고 말한다. 내가 미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매일 성경책을 읽는다. 두 번째는 매일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로보 대통령은 매일 새벽 경호원들과 태권도 수련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태권도는 단순히 건강뿐만 아니라, 균형 있는 국정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가 온두라스 청년들에게 말을 한다. 태권도를 연습해라. 어떤 스포츠가 됐든 연습을 해라. 하지만, 태권도는 마음의 안정과 정서가 좋아진다. 이러한 태권도 연습을 통해서 너희가 잘못된 길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도 로보 대통령에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권도에 한없는 애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태권도에 대해 너무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태권도에 대해 큰 빚을 지고 있다. 많은 정치적인 일들이 있지만, 다른 길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태권도를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태권도 사랑은 종주국 한국에 대사를 파견할 때도 깊이 고려했다. 태권도를 통한 양국의 우호협력을 위해 자신의 스승인 송봉경 사범의 부인 강영신 씨(58)를 지난해 주한 온두라스 대사로 임명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어 로보 대통령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고, 지금은 송봉경 사범의 딸과 가정을 이룬 미첼 이디아케스 바라다트 씨(43, 국기원 공인 2단)를 주한 대사로 파견했다.

로보 대통령에게 태권도는 종교였다.

<끝>


*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 한가운데 위치한 온두라스는 남한과 비슷한 넓이에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중미 광업자원의 중심지다. 또 대서양 연안의 산호초 해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청정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이다. 게다가 1998년 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미치(Mitch)의 최대 피해국으로 아직도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 최근 독일의 환경감시단체 저먼 워치(German Watch)의 조사에 의하면 온두라스는 자연 재해에 세계에서 3번째로 취약한 나라다. 이와 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2009년 정변 이후 당선된 로보 대통령은 국민 화합을 통한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가난과 민생고 극복을 위한 경제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주 온두라스 원종온 대사 / 2011.02.17 한국일보 기고문)

[by 무카스 = 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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