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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무향의 숲에 다녀와서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토요일(1월 15일). 조금은 특별한 태권도 행사장에 다녀왔다. 올해로 개관 23년째를 맞이한 ‘남창도장’이 마련한 ‘무향의 숲에서 그대를 만나다’라는 행사다. 여기서 ‘무향’은 무인의 향기라는 뜻이다. 태권도인과 비(非)태권도인의 특별한 만남의 장이었다.

이 행사의 특징은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강신철 관장과 그의 제자들이 주최는 했지만, 손님을 불러놓고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보고, 만나고, 즐기다 오는 자리였다. 그보다 놀라웠던 것은 행사의 모든 준비와 진행을 강신철 관장 제자들이 했다는 점이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사진전

행사장 주변에는 남창도장의 지난 22년의 역사와 강신철 관장의 한국과 이란 등 대내외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마련돼 있었다. 한참을 구경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자료가 준비돼 있었다.

개인 도장에서 마련한 행사치고는 규모가 꽤 컸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주요 국가 주한 대사와 외교관을 비롯해 김인석 원로, 세계태권도연맹 양진석 사무총장, 미국 김영숙 사범, 민족사학자 만봉 김산호 화백, 이찬열 국회의원 등 3백여 명 이상이 찾았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조금은 늦게 1부 행사가 시작됐다. 주제는 ‘근기, 하늘을 찌를 듯이’다. 시작에 앞서 남창도장의 지난 22년간의 발자취가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수원 팔달구에 자리 잡은 남창도장은 정통태권도를 추구하며 국내외적으로 명소에 가까운 도장으로 명성을 쌓아 왔다.

지금은 긴 머리, 수염, 도포 차림에 절제된 동작의 강신철 관장도 10년 전에는 짧은 머리에 평범한 도복을 입고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어깨 아래도 못 미치던 어린 제자들이 성인이 되어 보조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다.



1960년대 옛식 태권도를 재현한 시범공연은 특히 관심이 집중됐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물이 익기 시작했다. 빼놓을 수 없는 태권도 시범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시범 콘셉트가 1960년대 초창기 태권도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재현한 ‘옛식 태권도’를 선보였다. 조금은 촌스럽지만 정직하고 강직하게 수련하는 태권도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 현대식에서는 남창도장만의 독창적인 수련프로그램인 ‘근기’로 이뤄진 시범이 선보여졌다.

평소 대회장에서 본 남창도장은 매우 점잖고 강직한 느낌이 강했다. 강신철 관장부터 매우 근엄하기 때문에 제자들도 웃음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행사장 곳곳과 영상 등을 통해 그간 숨겨온 ‘끼’와 ‘매력’을 모두 발산했다.




남창도장만의 독창적인 수련프로그램인 근기 시범공연

태권도의 역사와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한 세미나도 마련됐다. 그래서 2부는 ‘함께 나아가는 태권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민족사학자 만봉 김산호 화백이 ‘슈벽과 가라테, 태권도’를 주제로 태권도의 원류에 대해 주제 강연을 펼쳤다. “많은 사람이 태권도를 두고 가라테에서 왔다고 한다. 이는 역사를 제대로 보면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태권도는 옛 한국의 수벽치기가 삼별초에 의해 오키나와로 전해져 그곳에서 공수도로 재탄생해 그것이 다시 태권도로 이어졌다. 결국, 태권도의 원류는 한국에서 시작된 수벽치기다”라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진다.

30여 분간 관련 역사적 배경과 자료를 뒷받침해 내용을 설명했다. 참석자는 김 화백의 주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빠져들었다. 더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김산호 화백은 여태껏 강연하면서 2시간 이내로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더욱 깊은 이야기를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남창도장 전민우 수석 사범(경희대 품새팀 코치)은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올해부터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도입예정인 ‘창작품새 발전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태권도와 유사한 가라테 ‘카타’와 우슈의 ‘투로’를 비교했다.

7시가 훌쩍 넘긴 후에 행사가 끝이 났다. 그간 많은 행사와 세미나를 참석해봤다. 그 중 이번 행사는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불필요한 요식행위가 없어 거부감이 없었다. 태권도를 모른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강신철 관장과 제자들 간의 따뜻한 사제의 정(情)은 이날의 매서운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글귀 하나가 있다. “나의(강신철) 바람은 ‘청출어람’이다”가 그것이다. 그래서 강신철 관장 주변에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제자가 존경을 표하는지 모르겠다.



[by 무카스 = 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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