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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태권도 이야기

태권도장 VS 놀이방 논쟁, 왜?

'놀이형 프로그램' 둘러싸고 찬-반 치열
 

한 태권도장에서 수련생들이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출처 : 태권라인)


1990년대 중반, 한국 도장에 미국의 수련 프로그램을 보급하려던 이행웅 미국태권도협회(ATA) 회장은 한국의 도장을 둘러보고 “도장이 아니라 놀이방”이라고 개탄했습니다. 시끌벅적한 수련장, 그곳에서 공을 가지고 뛰어 노는 어린 수련생들의 모습이 몹시 실망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현재 일선 도장의 일부 지도자들은 놀이와 게임도 수련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떤 도장은 ‘학교체육’의 일환으로 놀이와 게임을 권장하기도 하죠. 하지만 태권도 본래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무분별한 놀이와 게임이 도장에서 행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태권도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수련의 공간인 도장에서 무분별하게 놀이와 게임을 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것입니다.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자신이 저술한 『태권도가 건강에 좋아요』라는 책에서 재미와 흥미를 겨냥한 ‘놀이형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류 교수는 “(놀이형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성장과 발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체육의 방법임에는 틀림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스트레스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놀이형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잊게 하거나 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놀이형 프로그램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몸의 수련이 되지는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도장에서 1시간 동안 노는 것과 놀이터에서 1시간 노는 것의 효과가 같다면 굳이 도장에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류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태권도 수련생은 대부분 10세 전후의 초등학생이다. 따라서 이들의 심리와 정서를 잘 파악해야 한다. 반복적인 기본 동작, 품새, 겨루기 등의 지도 방식보다는 놀이와 게임을 수련 프로그램에 접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일선 지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기류는 일선 도장에 수련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태권도 컨설팅 업체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신세대 지도자들의 가치관도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한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도장에 온다. 도장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곳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합니다.

한 태권도 컨설팅 업체 측은 놀이형 프로그램에 대해 “즐겁고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운동 기능 및 체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설명합니다. 또 리더십과 협동심, 이해심, 준법성 등을 길러줌으로써 태권도 교육을 할 때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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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하다 - 태권카페]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

서성원 기자는 15년차 태권도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태권라인>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