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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태권도 이야기

태권도와 군(軍)의 상관관계

베트남전쟁 때 태권도 민사심리전으로 활용, ‘장병 유단자화’순기능 이면에 역기능도
해외 파병부대, ‘태권도교실’운영해 현지인과 유대 돈독히 하고 태권도 우수성 전파

1965년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태권도교관단 백준기 단장이 사이공에 위치한 대한민국 주월대사관의 앞뜰에서 태권도 연무시범을 하고 있다. 그는 시범에 대해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연무시범은 태권도의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2009년 가을, 공군 38전투비행전대에 태권도 단증을 100% 취득한 중대가 탄생해 화제를 모았다. 기지대대 소속 45명의 대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중대는 올 초 부대 목표 중 하나로 '100% 태권도 단증 취득'을 세워 중대원들이 열성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해 왔다. 그 결과 10월 27일 승단심사에서 단증이 없었던 마지막 7명까지 모두 합격, 비로소 부대 목표를 달성했다.

중대장 허석희(33·공사 48기) 대위는 “장병들의 전투력 극대화를 도모하고 군인정신을 기를 수 있는 태권도를 기본적으로 연마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올해 초부터 중대원들에게 단증 취득을 장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태권도와 군(軍)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다. 1950년대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가 태동할 무렵, 군은 국방체육의 일환으로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스포츠조선>에 연재(1994년 12월 17일자)된 '태권도 아메리칸 드림 40'(글쓴이 이호성)을 보면, 육군사관학교에서 태권도(당시 당수도)가 최초로 교육된 것은 1950년 6월 1일로 되어 있다. 육군사관학교는 1954년 9월 태권도부와 유도부를 창설했다.

태권도가 군대의 전면에 나선 것은 베트남전쟁(월남전)에 한국군이 파병되면서부터다. 특히 1960년대 중반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주월파병한국군(채명신 사령관은 대한태권도협회 전신인 대한태수도협회 초대 회장)이 태권도를 ‘민사심리전’으로 활용하면서 군(軍)에서의 태권도 가치를 급상승했다.

베트남전쟁을 통해 태권도의 세계화가 탄력을 받는 등 태권도 발전과정에서 군(軍)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때 장병들이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것은 예삿일이 돼 버렸고, "군인은 태권도를 해야 된다", "태권도를 잘 하면 군대가서 대우를 받는다"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게 됐다.

2008년 현재 유단자가 된 장병들은 얼마나 될까? 대한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이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육군 56,418명 △해군 4,460명 △공군 3,002명의 유단자가 배출됐다.

현재 국방부는 훈령 제372조(태권도 수련)에 따라 각 부대는 장병들의 유단자 목표가 달성되도록 태권도 교육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돼 있다.

국방부가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 '유단자화'를 꾀하는 것은 명료하다. 태권도를 통해 장병들의 전투체력을 연마하고, 투철한 군인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율이 아닌 강압에 의해 유단자를 양산하다 보니 일부 장병들은 태권도의 '태'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 전투체력의 날과 일조행사 때 교관과 고참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태권도 훈련이 이뤄져 태권도에 대한 역효과가 생겼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태권도를 배운 장병들은 사회인이 된 후 곧잘 "내 앞에서 태권도 얘기도 하지 말라"고 푸념하곤 한다. 태권도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각 부대별로 경쟁이 붙어(일명 실적쌓기) 태권도 유단자를 양산하다 보니 자격미달의 유단자가 많다는 지적도 들리고 있다. 같은 1단이라고 해도 도장에서 취득한 1단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양통일씨는 '생활체육으로서 태권도 대중화 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성인들이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서 비전문가에게 비효율적으로 태권도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지적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군 태권도 관계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국방부는 1999년부터 태권도와 에어로빅을 결합한 태권체조를 육-해-공군 장병들에게 보급했다. 당시 국방체육정책 담당관은 "태권체조의 부드럽고 경쾌한 동작들이 장병들의 흥미를 유발해 병영 분위기가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사단 예하부대로 태권체조를 확대한다는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해외에 파병된 한국군이 대민봉사의 일환으로 태권도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주목해 볼 만하다. 한국군은 동티모르 상록수부대, 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 이라크 자이툰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등에서 태권도교실을 운영해 주민과의 유대강화와 한국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10월,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문적인 태권도 사범단(師範團)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언론에 보도된 동명부대(레바논 파병) 태권도교실 운영은 성공적인 해외파병 운용의 모범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미지 제고와 태권도의 국제적인 저변확대에 기여했다"며 "새롭게 창설되는 해외파병 부대에서는 성공적인 민사작전을 위해 전문적인 태권도 사범단을 두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태권도와 군(軍)의 상관관계가 꾸준히 지속되어 태권도 저변확대는 물론 태권도의 가치와 우수성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by 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하다 - 태권도이야기]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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