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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니의 세상살이/이집트 생활기

월드컵 시청하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사진 출처 : FIFA.COM 캡처)


한국도 요즘 SBS가 월드컵 독점중계로 보편적인 시청권 박탈이라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더군요. 한국에 없으니 그 기분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조금은 헤아릴 것 같습니다. 이집트에 있으면서 2008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지난 동계올림픽,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 그리스 전은 생중계로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 뉴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전해지는 소식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1천여 개가 넘는 위성TV가 집에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어느 한 채널에서도 월드컵을 중계해주지 않았습니다. 해주는 곳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유료채널이라 접속자체가 안됐습니다. 결국 경기가 끝난 후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다운받아 시청했습니다. 이미 경기결과를 안 탓에 긴장감 제로의 매우 심심한 경기였습니다. (ㅜㅜ)


18일. 아리헨티나와 결전이 있던 날. 큰 경기인 만큼 반드시 축구를 보겠다고 후배와 일찌감치 훈련장으로 갔습니다. 집보다 다양한 위성 채널이 나오기 때문에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하필 한국 전은 중계를 안 해주더군요. 그래서 클럽 본관에 있는 TV로 갔습니다. 이 역시 지역 TV회선이 문제가 생겼다며 안 나왔습니다. 현지인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한국전 경기가 나온다고 자기네 호텔로 와라네요. 그래서 45도의 더운 날씨에 더위를 느낄 틈도 없이 뛰었습니다. 

상이 이럴수가. 갔는데 조금 전부터 TV가 먹통이 됐답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 (ㅜㅜ) 그래서 다른 호텔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급히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나 원참 도착하니 전반 26분에서 TV 화면이 멈춰 있었습니다. 입에서 욕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스완에서 가장 큰 호텔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섬으로 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호텔은 한국전이 나오더군요. 전반전이 끝난 후였습니다. 45분 이상 축구를 보겠다고 이것저것을 뛰어다녔습니다. 

이집트에서 한국보다 월드컵은 물론 국제 스포츠 축제를 시청하는 게 더욱 힘듭니다. 이집트 역시 알-자지라라는 중동 최고의 방송사에서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 포털에서 중계를 해준다고해서 접속해 봤지만, 해외 접속자는 IP가 차단되더군요.

하다못해 해외 교민 및 거주자가 주로 시청하는 KBS월드 채널 역시 뉴스에서 월드컵 관련 보도가 될 때면 이미지 처리로 음성만 들을 수 있습니다.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시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축구는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축구 경기를 보는 건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경기가 유일합니다. 그런 경기를 볼 수 없다는게 짜증나네요. 전 세계인과 함께 해야하는 대 제전이 지나친 상업화로 변질되는 것 같아, 체육인으로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네요. 

[By 해니의 이집트 생활기]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