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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새로운 목표와 다짐... 혹독한 훈련으로 한 해를 기약하다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운동선수들의 동계훈련
작성일 : 2004-03-08) ㅣ 추천수:31 ㅣ 인쇄수:0


차가운 계곡 얼음 물 속에서 정신력 강화훈련을 하고 있는 순천공고 태권도팀.

시골에 농부들이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만, 이 농사를 농부들만짓는 게 아니다.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매섭게 뚫는 가운데 아랑곳하지 않고 고된 훈련으로 굵은 땀방울을 쏱아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운동선수들이다. 대회 시즌에 부상 없이 연이은 대회들을 치르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때문에 운동선수들에게는 동계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동계훈련이 열린다. 일상 훈련장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 합동훈련을 통해 선수들 간의 경쟁력을 올리는 훈련, 각 팀별로 비밀 전술훈련 등 다양한 훈련은 계속 이루어진다.

외부 전지훈련지로는 기온이 비교적 따뜻한 호남과 중부지방이 인기가 많다. 최근들어서는 해병대 캠프와 같은 다양한 동계훈련 프로그램과 선수들만을 위한 동계캠프 등 이색 아이디어 캠프들도 생겨나고 있다. 선수들에게 동계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 지차체에서도 발을 벗고 나섰다. 각 지차체에서는 서로 자신들의 지역이 최고라는 것을 강조하며 선수단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역의 홍보와 경제에 보탬이 되어 1석 2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계훈련은 강도 높은 체력훈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합시즌에 들어가면 계속 이어지는 대회와 짧은 훈련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때문에 부족부분을 동계훈련을 통해 미리 충분하게 충전하며 한 해의 농사를 엿보는 계기로 삼는다.

선수들은 이 시기가 다가오면 새로운 다짐과 목표를 설정하고 동계훈련에 대비를 한다. 힘든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때론 가장 두려운 시즌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 팀들이 동계훈련을 하는 가운데, 순천에 위치한 선암사를 찾았다. 여러 태권도팀이 동계 산악훈련 중이였다. 선수들은 기합소리로 기자를 훈련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에는 약 7~9팀의 초․중․고 팀들이 합동훈련 중이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등의 프로그램과 특별훈련으로 선수뿐만 아닌 지도자들과 학부모들 모두에게서 비장한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영하의 강한 날씨와 산새의 추운 칼바람. 그곳에서의 산악훈련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계속되었는데, 어둡고 캄캄한 새벽 산이 울릴 정도의 쩌렁쩌렁한 구령과 파이팅의 외침~! 새벽부터 시작한 운동은 오전 식사 후 바로 산악구보로 이어지고 오후 역시 강한 체력훈련과 야간훈련에 함께 하기도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 모든 시간을 훈련과 함께 한다.

고요히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어디선가 호각(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면서 “전원기상~!”이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요란스러운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 선수들은 숙소 앞에 집합했다. 잠이 깨지 않고 고단한 육체피로가 한참일 그들에게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PT체조와 계속적인 공포의 선착순 등의 훈련으로 긴장감을 더해주는 훈련이 끝난다 싶더니, 선수들을 한 개울가로 데리고 가는 게 아닌가... 그곳에서 선수들이 얼음을 깨고 들어가 서로간의 맨몸으로 체온을 같이 하며 몇 곡의 목소리의 군가와 함께 일어서~! 앉아~!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한바탕 소동이 계속 이어졌다. 살이 찢어 질 듯한 고통이지만, 선수들은 모든 걸 감수하고 눈에서는 강한 눈빛이 번쩍 번쩍하였다. 그곳에 함께 하는 지도자 역시 매서운 눈빛 TV에서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해병대 조교” 그 이상이었다. 함께 한 학부모들 역시 안타까운 모습으로 자녀의 모습을 지켜볼 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래 어머님의 은혜와 함께 선수들도 학부모들도 눈물을 적시는 장면도 볼 수가 있었다.

이러한 강한 체력적인 1차 동계훈련이 끝나면, 각 팀별로 전술훈련이 시작된다. 각 개인의 선수 특성에 맞는 특기훈련과 기술훈련 다음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여러 팀들과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의 실력을 겨뤄본다. 이때야 말로 지도자나 선수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평가전은 연습이지만 시합장 이상의 혈전이 이어진다.

지난 동계훈련기간에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 하나는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노력과 목표를 향한 결과물일 것이다. 부디 각 팀 선수, 지도자가 한겨울 열심히 지은 농사 부상, 사고 없이 풍년이 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