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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고단자의 품격과 자기관리

-작성일 : 2005-03-16

"고단자로서의 자기관리와 고매한 품격 필요"
 



무토미디어 한혜진 취재기자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5일. 국기원에 중년의 태권도인들이 한데 모였다. 매년 분기별로 실시하는 고단자 심사가 열린 것. 품새와 겨루기, 그리고 격파와 논문 등의 종합 승단심사를 거쳐 60% 안팎의 좁은 합격률에 도전하는 태권도 고단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고단자 심사가 진행되는 날. 국기원에는 해외 방문객과 일반인들도 참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종주국의 품격있는 고단자들은 실력에 앞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국기원 주변과 복도에는 중년의 태권도인들이 어깨위에 풀어 헤친 띠를 걸치고 담배를 피며 동료들과 잡담을 하는 모습, 국기원 내부 로얄박스에 삼삼오오 농담을 나누는 모습 등은 고단자로서의 품격을 상실한 상태로 보였다.

또 자신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국기원 내부 관련부서에 박차고 들어가 허세를 부리며 옷을 갈아 입는 모습은 과연 이들이 진정 태권도고단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했다. 이러한 소수 고단자의 잘못된 품격이 심사에 참가한 전체 고단자들에게까지 불명예를 남기고, 참관한 외국인들에게 종주국 태권도 고단자의 이미지를 버려 놓았다.


제자들에게 당당한 스승의 모습을 기대


국기원 중앙 로얄박스에 앉아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고단자들의 백태

고단자심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심사자는 일선도장의 지도자이거나 20년 이상의 태권도를 수련해 온 무력의 소유자들이다. 심사장에 들어선 응심자의 표정에서 미소와 신중하지 못한 표정으로 무성의한 자세로 심사를 보는가하면, 평소 자기관리가 부족해 비만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응심자와 운동부족으로 발차기가 골반을 채 넘기지 못하는 모습들이 연출됐다. 또, 6단이상의 고단자로서 자신만의 태권도세계의 철학과 학문의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제출논문을 자신들의 제자 또는 외부인들에게 대필을 의뢰하고, 똑같은 논문을 복사해서 제출하는 등 부도덕한 행위들도 비일비재 했다. 이러한 고단자 응시자들의 모습이 과연 종주국의 태권도인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의문일 수 밖에 없다.


많은 스승들이 제자들에게 예(禮), 의(義), 인(忍)의 인성에 대한 교육을 강조한다. 제자들에게 인성과 품위를 교육하고 있다면, 고단자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많은 훌륭한 태권도인들이 있다. 반면, 개인사욕을 위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제자들을 자신의 소유인냥 묵살하는 기본덕목을 갖추지 못한 태권도인들도 다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모습은 종주국의 자랑스러운 태권도인이라고 자부하기 이전에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고, 제자들에게 항상 당당한 스승이 될 수 있는 고단자의 품격을 찾아 가길 기대해 본다.

한편, 국내 고단자 비율(2003년 12월 기준)은 6단 3,956명, 7단 1,577명, 8단 668명, 9단 234명, 10단 5명 등 총6천440명이다. 외국인 고단자는 9단 53명을 포함해 1천558명이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