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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운동선수

- 작성일 : 2005.08.15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관심이 있으니까 때린다”
운동선수를 구타한 지도자들이 구타행위를 이 같이 말하고 합리화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적인 구타 관행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심지어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지도자들에게 “우리애가 운동을 열심히 잘하고 있나요”라며 “정신 못 차리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주세요”라는 이중적인 태도입장으로 선수들의 구타를 부추기는 역할까지 했다.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온 우리나라의 체육계, 그동안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강한 정신력과 투지, 열정으로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지난 연말 공중파를 통해 국가대표 여자쇼트트랙 선수들의 선수촌 이탈과 감독 구타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되었다. 이어 프로배구 2개 구단의 감독이 선수 구타로 한국스포츠계의 폭력적 관행에 대해 국민들은 지탄과 비난을 쏟아 부었다. 특히 구타 대상이 국가대표 팀과 성인 프로팀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국제사회에서 지금까지 이룩한 한국체육의 눈부신 발전이 이처럼 비안간적인 가혹행위에 의한 산물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청소년 체육을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선수 관련 가혹행위, 얼차려, 물리적 폭행 등의 각종 폭력행위는 해방이후 경기력 중심주의에 매몰되었던 한국체육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됐다”면서 “한국체육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운동선수, 지도자, 학부모 및 각종 체육관계자가 이를 수용하고 활용, 묵인, 방조하는 가운데 더욱 구조화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간 200여일이 넘게 전국적으로 열리는 태권도경기장에서도 선수구타 장면은 매번 목격할 수 있다. 지난 5월 소년체전 태권도경기를 앞두고 대한태권도협회 임춘길 전무는 대표자회의를 통해 “경기장 주변에서 선수들에 구타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지나친 승부욕 탓에 일부 지도자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선수들에게 ‘뺨’을 때리거나 ‘정강이’를 차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부모가 지켜보는데도 구타는 그칠지 모르고, 학부형마저 지도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학생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선수들 간(선후배)에 구타행위는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도자들의 각별한 지도 감독이 없다면 제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선수들은 훈련하는 것보다 선배들의 비유를 맞추고, 구타당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선수관련 폭력행위의 문제는 단순히 이를 행한 지도자나 운동부 선배 등의 도덕적 결함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이를 제도적으로 관장하지 못했던 교육부와 체육회 그리고 해당 경기가맹단체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이다. 그동안 운동부 내에서 음성적으로 폭력적, 무력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조장하고 방조한 체육 관련자 모두의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또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선수들 간의 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 훈련문화를 조성하는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겠다.

‘선수보호위원회’가 지난 7월 19일부터 시행돼 앞으로 운동부내 폭력사태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만행이 단순히 선수 폭력 방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선수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한국체육의 구조적인 모순을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 삼아, 한국체육의 바람직한 미래를 육성하는 희망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