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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지자체 축제 문제 투성, 무술계 축제도 예외아냐

작성일 : 2005-05-24

- 1천여개의 지자체 축제 중 10%만이 생산적 축제
- 지자체의 단발성 축제나 경기 빈축 사



지난 5월 2일(2005년)자 ‘국정브리핑’에 따르면, 감사원이 4~6월사이 각 지자체의 운영전반에 대한 감사를 한 결과 ‘지자체에서 여는 선심성, 낭비성 축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각 지자체장들은 협의회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결의한 뒤 감사원장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국내 연간 지자체들이 개최하고 있는 축제는 대략 1천여개. 놀랄만한 일이다. 90년대 지자체 선거 이후 지방화시대의 물결을 타고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질적인 성장은 아직은 부족한 실정. 생산적인 축제는 불과 10%정도밖에 안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내용과 참가 규모로 볼 때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축제가 많아지고 있다. 경직된 시행체계와 획일적인 마케팅, 양적 확장만을 중시하는 접근 방법으로 인해 실패한 경우가 많다.

각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만 한다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외부의 방문객들이 찾아옴으로써 관광수입을 증대시키고 관련업계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방정부의 세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런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독특한 지역문화의 창출로 인해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국제사회 경험을 증진시키며 더 나아가 국제도시로 탈바꿈도 꿈꿔 볼 만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의 응집력과 추진력 등 지자체의 역량을 한 차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대단한 매력이다. 이런 파급효과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물론 국가 전체로 볼 때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국제적 이벤트라는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는 부실한 운영과 세금의 낭비, 민선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야심에 의한 즉흥행사로 그칠 가능성 등 불건전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정부가 최근 일정규모 이상의 국제행사 계획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처럼 실속 없는 국제행사로 인한 과열경쟁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국제행사 개최라는 새로운 트렌트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가 글러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세련된 국제행사를 치러낼 역량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 자립재정이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이루기에도 아직 역량이 부족한 우리 지자체들 형편에 이런 거창한 국제행사의 청사진들은 지나치게 자기 과시적이지는 않는지, 국민의 세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문점들이 그것이다.

최근 무술을 소재로 한 지방축제나 세계오픈대회 등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사한 축제들이 난립하면서 행정력과 재정을 낭비하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홍보를 명분으로 개최하고 있는 지방축제를 선심성 예산, 관주도 행사 전락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지난해 감사원의 전면적인 조사에서 밝혀졌다. 감사원 사전조사 결과 일부 시는 1년에 3~5일 열리는 지역축제를 위해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을 설립하는가 하면 축제 행사비를 보조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7억~15억원을 임직원 인건비 등 이들 단체의 운영경비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고다.

무술 관련 행사로 유사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태권도다. 태권도는 태권도공원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과열경쟁에서 다투어 각종 오픈대회를 개최했는가 하면, 외국 관광객을 짧은 기간 많이 유치 할 수 있다는 지자체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 오픈대회나 문화축제가 여기저기서 개최되었고 이를 인정해 준 세계태권도연맹이나 대한태권도협회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수 없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각의 태권도인들은 이러한 행사에 대해 재점검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술과 관련된 축제나 경기는 다른 관광축제와는 달리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부분의 관광전문가들은 경제중심지가 관광중심지가 되었지만 국제교류가 급속도록 활발해지는 미래에는 관광중심지가 경제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 즐기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경제-산업적 측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한국적 매력이 있는 무술 관광 상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지자체들은 단발성 행사로 지자체장의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태권도문화축제와 같은 내용을 다루는데도 당장의 흥행을 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위주의 축제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축제인지, 경기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관주도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관광정책을 경제 산업적 측면보다 국민의 여가생활, 복지측면, 지역의 균형발전 차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문제고,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추진위원회나 행정쇄신-지방분권위원회 등 어디에도 관광전문가는 포함돼 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가정책의 근간을 세우는데 관광이 중요분야로 고려되어야 한다. 국제사회협력 문제에서 관광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최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관광교류를 하자는 마당에 아무런 대책도 없다. 이런 상황에 특정종목에 대해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태권도가 한국문화상품 10에 포함되어 있는 것 빼고는 기타 무술은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

외국관광객이 무엇을 보러 오겠는가? 축제가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정서가 녹아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당장 눈앞의 인기몰이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무술소재로 개최하는 지역들을 보면, 태권도를 단연 선호해 왔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이해되어야할 지역주민들의 호응은 무시된 것을 현장에 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다보니 관주도의 태권도축제나 경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고, 예산낭비라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무술과 관련된 축제가 성공하려면 해당축제의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전문 인력과 조직,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특히 축제를 기획하는 인력에 전문가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집안잔치 같은 형식적인 축제들이 태반인 점을 고려한다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역 대학 등의 전문가들을 영입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民), 관(官) 상호협력, 그리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의 조직위에는 해당 지자체의 파견된 공무원과 외부의 전문가가 함께하게 된다. 관과 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행사의 목표가 같아 잘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무원과 민간인 사이에서 일을 처리하는 관행이 다소 차이가 나타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지역축제가 있는 곳에서는 간혹 공무원과 외부전문가들의 갈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공무원은 역할에 대한 규정이 분명하고 원칙을 최우선시 한다. 또한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지만 변화와 혁신에 대해 저항하는 경향이 부족해 흔히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반면 민간 행사요원들은 일정한 전문성과 일에 대한 추진력이 강해 공무원들과 일로 인해 마찰이 자주 발생된다.


태권도 관련 대회 난립 우려


국내 태권도 관련 오픈대회(2005년 기준)

태권도와 관련한 국제오픈대회(지방축제)가 종주국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지자체와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 주최하는 대회는 연간 5회가 넘으며, 그 수는 매해 증가하고 하고 있다. 각 대회 조직위원회들은 “태권도 저변확대와 세계태권도인의 화합”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각종 이벤트와 부대행사로 해외 태권도인들을 종주국으로 초청을 한다.


현재 지자체의 예산으로 태권도 오픈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곳은 춘천시(춘천문화축제), 진천군(화랑문화축제), 양양군(여름축제), 하동군(국제여자오픈) 등이 있다. 이 외의 관련 단체에서는 국기원(태권도한마당), 대한태권도협회(코리아오픈), 충청대학(세계문화축제)이 있으며, 이밖에 (사)세계청소년태권도연맹(세계청소년축제)과 KTA 산하연맹체로 곧 승인예정인 한국실업태권도연맹(세계우수선수초청대회)이 국제대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KTA)는 오는 9월 세계선수권 규모에 걸맞은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를 기획하고 있다. KTA는 이 대회를 종주국 위상을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대회로 개최한다는 것. 현재 문화관광부로부터 5억원을 지원받은 상태, 부족한 5억원의 예산은 대기업과 후원업체의 도움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코리아오픈’ 대회 명을 사용하던 춘천시와 충청대학은 ‘코리아오픈’명을 사용 할 수 없게 됐다.

춘천시는 오는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태권도공원 후보지 탈락의 아픔을 딛고 예정대로 ‘춘천국제태권도대회’를 개최한다. 조직위 측은 “태권도 공원 유치실패로 큰 후유증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그동안 지속돼 왔던 대회를 이어가기 위해 내실을 기하는 대회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천군 역시 춘천 시와 함께 태권도공원 유치 홍보를 위해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를 2002년도부터 개최해왔다. 하지만 진천군 의회는 지난 해 말 태권도공원 후보지 탈락에 따른 축제 지속여부를 주민 의견수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축제 사업예산 8억원 가운데 7억원을 대폭 삭감했었다. 이에 따라 군은 지난 1월 4일부터 12일까지 군민설문조사와 각계 의견을 수렴, 오는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대회 개최를 확정지었다. 조직위 측은 “지역의 향토문화축제와 연계하여 행사를 내실화 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축제로 치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대학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는 “오는 7월 4일부터 8일까지 대만 건국과기대학과 공동으로 ‘제7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 2005 대만 창화오픈’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춘천국제대회와 격년제로 개최하는 충청대학은 “지난해부터 대만과 모로코 등 여러 국가들로부터 대회 유치 문의가 들어왔다”면서 “국내 태권도 오픈대회로서는 최초로 외국에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충청대학은 지난 22일 충청대학 컨벤션홀에서 대만대회에 파견할 국내 선발전을 가졌다.

국기원은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를 올해부터 국제적 위상 제고와 국제표준화를 한층 올려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각계 전문가들을 위촉해 ‘규정제정위원회’를 발족. 공정하고 효율적인 대회운영이 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마련했다. 이후 지속된 제정 작업을 거쳐 최종규정안을 가지고 공청회까지 마쳤다. 국기원 측은 오는 한마당대회를 통해 “세계태권도 중앙도장으로서 권위를 회복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0여 개국에 머물렀던 참가규모도 사전홍보를 확대해 지난 대회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강원도 양양군은 오는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태권도대회 사상 최초 피서지에서 여름방학 특집 페스티벌 ‘제1회 양양세계태권도여름대축제’를 개최한다. 조직위 측은 “세계 태권도 청소년들의 우정과 화합을 위해 국내 최고 청청 피서지인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 일대에서 개최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순 이벤트성의 오픈대회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라고 우려의 목소를 냈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이 행사는 양양군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준비해 왔다”며 “이번 대회를 반듯이 성공적으로 치러 재해로 근심이 많은 지역민들에게 용기와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축제를 계기로 향후 지속적인 행사로 정착시켜 대외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002년 전남 여수시가 ‘2010년 해양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개최한 ‘여수코리아오픈대회’가 일회성 대회로 큰 의미 없이 막을 내린 바 있다. 또한 대회 운영과정에서 공금횡령 사건이 일어나, 태권도계에 악영향을 미친 바가 있다. 그 밖에 경기도 지역의 K대학과 Y대학, 그리고 전남의 J대학에서도 몇 해간 오픈대회를 개최했으나 큰 성과가 없이 우야무야 되기도 했다.

지난 달 14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경주시에서 열린 ‘2005 경주 ATA월드챔피언십대회’가 지역민과 시민단체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16개국의 참가규모를 공표했던 조직위의 계획과 달리 미국에서만 참가, ‘월드챔피언십’대회 타이틀이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주시가 대회를 위해 투자한 예산 4억원에 대해, 지방자치개혁센터 등 시민단체에서 “축제 예산과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나섰다.

이와 같이 각 지자체들의 과잉 투자와 유사한 대회가 늘어남에 따라 종주국의 태권도대회 난립이 우려되고 있다. 종주국의 태권도 대회 난립을 막기위해서는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승인 권을 엄격하게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자치단체(기구) 간의 협의를 통해 연도별 대회 개최를 제한하는 방안도 구상하는 것도 지역 경제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