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태권도에도 이소룡과 같은 월드스타가 필요해

[by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세계 어디를 가나 ‘브르스 리’는 최고의 액션배우이자 무술인

 - 작성일 : 2009/02/27

동양 남성이 외국거리를 걷다 보면, 현지인들로부터 “오우~ 브르스 리~!” 또는 “젝키 챤~!” 이라 부르는 소리를 한번쯤 듣게 된다.(이집트에서 난 매일같이 듣는다.) 세계적인 액션배우 이소룡과 성룡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은 썩 좋진 않다. 우선 말 속에 조롱이 섞여있다. 또 난 이소룡도 성룡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쿵푸는 단 한 번도 수련하지 않았다. 어쩌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쿵푸에 대한 열등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태권도에도 이소룡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배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난 소싯적 이소룡이 엇박자 스텝을 밟아가며 자신보다 월등하게 큰 적수를 상대로 “아~뵤~”를 외치며 급소를 찔러 제압하는 영화를 보고 자랐다. 칼 같은 복근은 청소년들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이소룡을 따라 배에 ‘王(왕)’자를 내기 위해 윗몸 일으키기는 물론 갖가지 운동을 한 기억이 있다.

 

 

이소룡은 영화 <정무문, 1972>, <맹룡과강, 1972>, <용쟁호투, 1973> 등에서 명 액션연기를 펼친 ’월드스타’이다. 1973년 <사망유희> 촬영 도중 급사했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가 죽은 지도 벌써 36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는 최고의 액션배우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소룡의 인기를 실감한 것은 이집트에 와서다.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이집트 최남단도시 아스완에서는 이소룡이 최고 액션배우이다. 전성기를 누비고 있는 성룡, 토니쟈(옹박) 보다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지역에서는 태권도 보다 쿵푸의 인기가 더 좋다. 그리고 이소룡을 흉내내기 위해 쿵푸를 수련하는 청소년과 성인들이 많다. 

이집트(아스완)에 온 지 초창기 때의 일이다. 한 번은 쿵푸를 수련생들이 몰려와 “태권도를 배우면 ‘브르스 리’(이소룡) 처럼 될 수 있냐”고 다소 황당한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이때만해도 이소룡의 인기를 몰랐다) 솔직히 태권도를 한다고 해서 이소룡이 될 수 있겠는가. 또한 이소룡이 영화에서 주로 사용한 무술은 영춘권과 쿵푸, 절권도이다.(이소룡이 1960년대 말,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는 이준구 사범으로부터 태권도 발차기를 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싫어(어떻게 해서든 태권도 수련생을 늘려야 하기 때문) “단지 이소룡을 흉내 내려고 한다면 쿵푸를 계속 배워라”고 하면서도 “태권도를 수련하면 이소룡보다 더 멋있고 위력적인 발차기와 힘이 있는 주먹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태권도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 대부분이 지금 태권도를 수련한다. 일부 수련생은 아직까지 쿵푸와 병행 수련 중이다.  

영화, 드라마, 뉴스 등 대중매체로부터 시작되는 대중문화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액션배우 이소룡의 인기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드라마가 세계 각국에서 흥행하자 ‘한류열풍’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그것이다.

이소룡의 경우, 그가 출연한 영화의 인기로 쿵푸와 절권도는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죽어서도 그를 잊지 않고 열광하는 팬들을 보며, 나는 태권도에도 이소룡에 버금가는 월드 스타가 발굴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배출되었으면 한다. 그게 힘들다면 외국인이라도 나쁘지 않다. 이를 통해 태권도가 보다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한 무술로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분야보다 태권도계가 앞장 서야 한다. 우선 유능한 태권도 선수들을 발굴하여 ‘스타 마케팅’이 요구된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통쾌한 KO승으로 일약 스타가 된 문대성 현 IOC선수위원을 당시 태권도계에서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쉽다. 2013년 조성될 태권도공원도 국내외 일반 방문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로보트 태권브이’를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수 있겠다. 또한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 및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권도계가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소재를 개발해 제작사들에게 제공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끝)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