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수련 9개월 만에 장애인 세계 정상에 우뚝… 대인기피증 태권도로 격파
우크라이나 유일의 성인부 장애인 태권도 선수 마르축 비카(Marchuk Vika). 대회장에서 만난 그는 올해 스물두 살이라고 소개했지만 얼굴은 10대처럼 앳돼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먼저 인사를 건 낸 기자에게 수줍게 인사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비카는 매우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 지금은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나아진 것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 선천적으로 양팔이 없이 태어난 비카는 여섯 살이 된 해까지 고아원에서 자랐다.
비카는 지난해 태권도를 시작했다. 기간은 얼마 안 됐지만, 실력은 매우 수준급이다. 양팔이 없지만 균형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실제 경기에서 그 실력을 증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대회를 통틀어 첫 출전한 대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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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이 출전한 여자 -49kg급 중증장애를 가진 A5 4강 첫 경기에서 러시아의 사키나트 마고메도바(Sakinatt Magomedova)를 실력으로 압도하며 9대1로 크게 이겼다. 왼발을 들어 유효거리를 조절하며 빈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빼앗는 고난도 기술을 펼쳤다.
경기 출전에 앞서 비카는 극도의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생애 첫 대회 출전이라 그럴 만도. 오전 일찍부터 경기장에 나와 코치 유리아 볼코바(Yuliya Volkova)와 몸을 풀며 전술훈련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 시간 넘게 몸을 풀고 또 풀고를 반복. 지칠 만한데도 쉬지 않았다. 긴장감을 안고 들어선 비카는 이전과 전혀 다른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초반 선취득점을 올리자 더욱 자신감을 얻으면서 연속 공격을 시도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비카는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제야 앞날부터 취재해온 기자에게 환한 미소로 내보였다. 이어 볼코바에게 뛰어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생애 첫 승리를 거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결승에 진출한 비카는 지난대회 우승자인 러시아의 딜야라 셰이카크메도바(Dilyara Sheykhakhmedova)를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앞세워 4-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비카는 경기장을 뛰며 기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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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더 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지금 태권도는 나에게 전부가 되었다”며 “내년 세네갈에서 열리는 4회 대회에도 출전해 더욱 나은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경기 직전 <무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애와 개인사에 대해 말을 아낀 비카. 볼코바 코치는 어린 시절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싫어한다고 전했다. 특히나 그가 자랐던 고아원은 형편없는 시설이었기 때문에 과거를 묻는 것이 실례라고 질문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했다.
볼코바 코치는 “대학에 다니는 비카가 작년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매우 내성적이며 대인기피증까지 있었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 남들이 달리 보는 장애까지 있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며 “태권도를 한 이후로 웃음도 많아지고 삶의 새로운 방식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카에 대해 자세하게 묻자 그는 “매우 재능이 뛰어나다. 태권도가 그렇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가르친 것은 곧바로 기량을 발휘한다. 나만의 생각은 절대 아니다”며 “태권도를 시작한지 9개월 밖에 안 됐는데,,,. 비카의 실력향상 속도를 보고 있으면 놀랍기만 하다”고 소개했다.
장애인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볼코바 코치는 “(장애인은) 균형감이 좋다. 가슴이 따뜻하다. 시작한 일에 열정이 가득하다”며 비카를 비롯한 장애인 수련생에 대한 느낌을 말하며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에도 그게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비장애인보다 더 크게 받아들인다. 지도자는 그것을 잘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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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태마시스 운영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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