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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人 무술人

12년 만의 결실… 태권도 맏언니 이인종 런던행



국내 여자 태권도 선수 중 최연장자인 이인종이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도전해 3번 실패하고, 4번 만에 결실을 맺었다. 경기장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인종(삼성에스원, 30)은 12일 오전 태릉선수촌 개선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파견 3차 평가전’에서 안새봄과 박혜미(이상 삼성에스원)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연달라 누르고 2연승으로 런던 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급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다. 

올림픽 파견을 최종 결정을 짓는 날이니 만큼 경기장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쟁자가 모두 같은 팀이라 세컨도 사상 유례가 없는 고교시절 코치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인종은 서울체고 박정우 코치, 안새봄은 강화여고 염관우 감독이 뒤를 지켰다. 

이인종과 안새봄의 경기가 시작됐다. 탐색전으로 1회전을 점수 없이 끝났다. 5년 넘게 팀 내에서 호흡을 맞춘 파트너라 서로를 잘 알기에 득점이 나지 않았다. 허점도 노출하지 않았다. 2회전은 서로 몸통 공격을 주고받으며 1대1로 마쳤다. 

마지막 3회전이 시작되자 이인종의 움직임이 커졌다. 속임 동작으로 안새봄의 공격을 이끌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 내려차기로 3점을 얻었다. 곧이어 왼발 내려차기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득점을 추가했다. 안새봄이 몸통 득점으로 추격했으나 체력이 바닥났다. 이틈에 이인종은 뒤차기로 결정타를 날렸다. 9대3으로 안새봄을 이겼다.




승리한 순간에도 이인종의 얼굴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박혜미와 남은 경기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박혜미는 이미 1~2차 평가전에서 패해 올림픽행이 좌절되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차 평가전에 참가했다. 이인종은 박혜미를 반드시 이겨야 만이 자력으로 올림픽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런던 올림픽행을 눈앞에 두고 박혜미를 상대로 2차전이 시작됐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박혜미의 공격을 주먹으로 받아쳐 1득점을 올린데 이어 왼발 몸통 돌려차기로 추가득점을 얻어 2대0으로 1회전을 마쳤다. 

2회전이 시작되자 박혜미의 공격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공방을 주고받다 이인종의 공격을 박혜미가 왼발 앞 내려차기로 받아쳐 3득점을 얻으며 역전을 시켰다. 이후 3회전까지 몸통공격을 수차례 주고받았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박혜미의 경고누적으로 3대3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인종은 1차 평가전부터 내리 연속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이긴 경험이 있다. 올림픽을 가느냐 마느냐 기로에서 마지막 연장전이 시작됐다. 시작과 함께 공방을 주고 받아 관중을 긴장케 했다. 연장전이 시작된 지 16초. 이인종의 공격을 박혜미가 뒤후려차기로 반격하는 과정에 생긴 몸통 공백을 그대로 오른발 돌려차기로 꽃아 선취득점을 빼냈다.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최종 출전권을 확보한 순간 이인종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기도로 승리의 세리모니를 했다. 실감이 나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에 본선 출전권을 챙겨온 안새봄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인종에게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인종은 안새봄과 부둥켜안은 채 “미안해~ 고마워!”라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결전을 치룬 박혜미 역시 이인종에게 다가와 “왜 울어요”라면서 축하했다. 

올림픽 최종 평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대부분 안새봄을 염두하고 있었다. 이인종 역시 겉으로는 큰 욕심이 없는 듯 한 분위기로 묵묵히 경기에 임했다. 한솥밥을 먹는 동생들과 대결이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됐기 때문이었다. 

이인종은 올림픽 선발 소감을 묻자 “새봄이와 혜미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라면서 “마지막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뛰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맏언니로서 마지막까지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같이 뛰어준 동생들 몫까지 다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체고와 한국체대를 거쳐 현재 삼성에스원 소속인 이인종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3위, 2007 • 2009 세계선수권 2위 등 국제무대에서 입상했다. 하지만, 매번 우승에 실패하면서 만년 2위, 국내용 선수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만큼은 반드시 우승으로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인종은 “고등학교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라면서도 “12년 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그 시간이 더 소중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올림픽을 후회 없이 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남자 -58kg급은 이대훈이 석승우에게는 패했지만, 2차 평가전 우승자인 이길수에게는 이기면서 마지막 남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인종과 이대훈은 곧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해 런던올림픽 금빛 발차기를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올림픽대표팀 김세혁 총감독은 “외국 선수들 실력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라면서도 “금메달 3개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 남은 기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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