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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종주국의 미래, 누구를 탓하랴

<무카스뉴스 = 한혜진 기자> (2007-11-09)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양보 없는 이기적인 모습, 이마저 선배들을 따를 것인가?


<무카스뉴스 = 한혜진 기자>
지구촌 무도 태권도인의 화합과 우정의 잔치인 세계태권도한마당. 그 곳에서 종주국 태권도를 짊어갈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세계 태권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賞)’을 놓고 양보 없는 ‘격전’을 벌였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수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한마당 2007’ 폐막식 현장을 말한 것이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일어난 일이다. 대회 시상식을 앞두고 종주국을 대표하는 ‘경희대’와 ‘경원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약 1시간 30분간 농성을 벌였다. 이로 인해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지 못했던 기자는 여러 제보자와 <태권도신문> 보도를 통해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팀 대항 종합경연’ 본선 채점과정에서 전산상의 오류가 화근이 되었다.

예선에서 5위를 한 용인대가 본선에서 여러 번의 실수를 거듭했지만, 심판 채점결과가 전산오류로 표출되지 않았다. 결국 주최 측은 고심 끝에 재경기를 선언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이를 3차례나 안내했다. 이때까지는 어느 팀도 주최 측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제부터. 마지막 무대에 용인대가 재경기를 했다. 앞서 본선에서는 여러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재경기에선 완벽하게 경연을 벌여 93점을 얻었다. 1위를 달리고 있던 경희대(92.3점)와 2위였던 경원대 순위가 뒤로 밀려난 것이다. 이에 경희대와 경원대는 “용인대의 재경기 점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태권도신문>은 보도했다.

경희대와 용인대로서는 억울할 만 한 일이다. 두 대학의 농성이 계속되자 주최 측은 용인대와 경희대에게 대회규정에도 없는 공동우승을 제안했다. 하지만 용인대가 ‘대회규정’을 꺼내들며 거절했다. 결국 용인대가 이 부분 우승을 경희대와 경원대가 2위와 3위로 결정되었다. 성대하게 개막된 대회가 마지막 오점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각 대학 학생들의 당시 심정은 이해되지만, 분명 잘한 것도 없다. 종주국 태권도를 짊어갈 ‘태권도 대학생’들로서 누구보다 태권도 학문을 학습하고 연구하며,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에 경솔한 행동들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분명 현장에는 국내 태권도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 50여 개국에서 종주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태권도로 하나되는 세상”이라는 대회 캐치플레이를 무색하게 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못난 놈들”이라고 말하는 기성 태권도인들도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이 있듯, 오랫동안 선배들의 양보 없는 이기적인 모습들을 답습한 후배들이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끝)

<출처 - ⓒ무카스뉴스 / http://www.mookas.com>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