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서울체고 동기생 3인방인 임수정, 황경선, 차동민이 올림픽 이후 계속된 부진을 씻고 약속이나 한 듯 부활했다. 201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13일 경남 고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서 차동민(한국가스공사)은 남자 -87kg급에 출전 2010 아시안게임 금메달 박용현(용인대)과 구제승(진천군청)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임수정(수원시청)도 여자 -57kg급에 출전,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유수경(고양시청), 김소희(한국체대) 등 두 경기를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겹게 누르며 정상을 차지했다.
황경선은 첫 경기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박혜미(삼성에스원)를 얼굴 공격을 내세워 7대 2로 제압했고, 서소영(용인대)을 2대 1로 꺾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임수정은 2009년 코펜하겐에 이어 2연패, 황경선은 2005년 마드리드와 2007년 베이징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황경선은 <무카스>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이후 모두 부진 할 때) 자주 만나(베이징 올림픽에 함께 뛴 임수정, 차동민, 손태진)는데 늘 우울한 얘기뿐이었다.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며 “서로에게 격려하면서 용기를 돋궈주기도 했다. 다행히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손태진(삼성에스원)은 남자 -68kg급에 출전 이병곤(유성구청)을 4:0으로 꺾으며 대표 선발에 가능성을 높였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장세욱(용인대)에게 4대 12로 덜미가 잡히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유일하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대훈(용인대)은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63kg급에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염효섭(영천시청)을 11대 0, 손영우(경희대)를 10대 0 등 두 경기 모두 무실점, 주심직권승(RSC)으로 승리하며 차세대 대표주자로 실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고교생 돌풍도 이어졌다. 고교 3학년에 오른 박지웅(부흥고)과 김소희(서울체고)가 나란히 남녀 핀급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유스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했으나, 모두 예선에 탈락했다.
박지웅은 남자 -54kg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4회 우승자인‘경량급 최강자’ 최연호(한국가스공사)를 꺾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2회전까지 0:2로 뒤지다 3회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전에서 회심의 몸통 돌려차기로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반면, 최연호는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최종대회에 이어 이번 평가전에서도 무서운 고교생 박지웅에게 패하며 세계선수권대회 5회 우승 도전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여자 -46kg급 초고교급 선수 김소희(서울체고)도 주무기인 머리돌려차기로 인소정(경희대)을 7:5, 강적인 전서연(용인대)을 8:2로 잇따라 물리치고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지난달 최종대회에서 세 번의 경기를 모두 주심직권승(RSC)을 거두며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던 여자 -73kg급 오혜리(서울시청)는 평가전에서도 이인종(삼성에스원)과 박미연(경희대)을 차례대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2007년과 2009년 두 번의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이인종은 최종대회에 이어 이번 평가전에서도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태권도의 꽃 남자 +87kg급은 조철호(한국체대)가 정상에 올랐다. 조철호는 정기성(경희대)을 3대 2로 꺾은 뒤 남윤배(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남윤배가 정기성과의 경기에서 3회전 1분 24초를 남기고 발가락 골절로 경기를 뛸 수 없게 됨에 따라 자동으로 태극마크를 차지하는 행운을 잡았다.
와일드카드 대상자가 없어 최종대회 3위 자격으로 운 좋게 평가전에 진출했던 선수들 중 남자 -80kg급 인교돈(용인대), 여자 -49kg급 김혜정(춘천시청), -62kg급 김휘랑(동아대) 등 3명도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특히 김휘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노은실(경희대)과 2009년 동아시안게임 금메달 김새롬(고양시청) 등 우승후보들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최종전 결과 실업팀 선수는 9명(남 3, 여 6), 대학팀 5명(남 4, 여 1), 고교팀 2명(남 1, 여 1) 등으로 실업팀이 강세를 나타냈다. 팀별로는 용인대(남 3)가 가장 많은 3체급, 실업명가 삼성에스원(남1, 여1)과 한국가스공사(남 2)가 각각 2체급을 배출했다.
한편,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오는 21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세계선수권대회 20회 연속 종합우승을 향한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한다. 곧 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이 임명될 예정이다. 한국 태권도 사상 첫 전임감독이 누가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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