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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성진의 무술계 뉴스

홍준표 회장의 반말


“사무총장, 잘 들었지? 이번에 실수하면 넌 감옥간다.”

“야, 진방아, 너는 저쪽에 가 있어.”

1월 13일 오후 5시,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회의를 주재한 홍준표 회장.

이번 대의원 총회는 지난해를 평가하고 올해의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대한태권도협회의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홍준표 회장은 협회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양진방 사무총장을 향해 마치 어린 아이를 대하듯 “얘, 쟤, 너” 하는 식의 반말을 여러 번 내뱉었다.

사석에서라면 홍 회장이 양 사무총장을 향해 얼마든지 반말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이도 서너 살 많고, 직급도 위인 만큼, 나름대로는 친근함의 표시로 반말을 하거나, 때로는 육두문자가 오가더라도, 서로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번에 홍준표 회장의 반말이 나온 곳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홍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 정기 총회장을 자신의 집무실 정도로 착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에서 모인 각 지역 태권도협회 대표들을 앞에 두고서 중앙 협회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총장을 향해 마치 한참 아랫사람을 부리듯 막말에 가까운 반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홍 회장의 반말은 양 사무총장 개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도 예의에 어긋난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대의원들은 홍 회장의 반말이 과연 양진방 사무총장만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을까?

홍 회장의 양 총장에 대한 반말이 이어지자 회의를 지켜보던 한 기자는 “홍 회장이 원래 저럽니까?”라고 물었다.

역시 회의장에 있던 한 태권도인은 “홍 회장이 대통령 후보로도 언급되는 유력한 정치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말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네”라고 말했다.

회의에 직접 대의원으로 참석했던 한 대의원은 “홍 회장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이전에도 여러 번 말을 해줬는데,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회장이 지금은 집권 여당의 당대표를 도전할 만큼 힘이 있는 정치인이지만, 대한태권도협회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홍 회장 이전에도 홍 회장만큼이나, 어쩌면 당시에는 더한 권력을 가졌던 전임 회장들도 없지 않았다.

초대 채명신부터 시작해, 최홍희, 김용채, 김운용, 최세창, 구천서, 김정길 등이 역대 대한태권도협회장의 면면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당대의 유력 정치인 또는 권력의 핵심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바로 전임인 김정길 전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고 평가되며 대한체육회장을 겸했던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었다. 김운용 전 회장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김용채 전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5.16 동지’ 중 하나였고, 월남전으로 유명한 채명신 전 회장은 전성기 시절 대중적인 면에서는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은 모두 역대 태권도협회장 중 하나일 뿐이며, 그들이 해놓은 공과만을 놓고 태권도인들이 기억하고 평가할 뿐이다. 그들이 누렸던 권력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일 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태권도협회장에게도 레임덕이라는 것이 있다.

김정길 회장의 힘이 다 빠졌다고 여겨지던 시절, 대한태권도협회 대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시도협회 대표 A씨는 회의를 진행하던 중 김정길 회장에게 반말인지 존대말이지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비판을 넘는 비난을 내뱉었다. 경우 없는 일을 당한 김정길 회장은 분을 참지 못하고 불쾌감을 표시한 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김정길 회장이 나가고 난 자리에서 다른 시도협회 대표 B씨는 A씨를 향해 “A대표가 태권도로 했으면 김정길 회장이 한 주먹 감도 안 됐을텐데, 말로 끝내줬네”라고 말했다. 그 이후 김정길 회장은 태권도협회장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태권도인들 그 누구도 ‘대한태권도협회 김정길 전 회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은 홍준표 회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지금은 속된 말로 ‘홍 회장이 뜨면’, 다들 굽신거리며 예의를 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대한태권도협회장 홍준표’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홍준표’를 향한 것이다.

태권도인들,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홍준표 회장이 이점을 간과하다간 나중에 큰 코 다칠 일이 있을 것이다.

[by 박성진 태권도조선 기자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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