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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人 무술人

이태리 박영길 사범의 멈추지 않는 무한열정

박영길 사범
이탈리아에 태권도 기술과 정신을 보급하면서 태권도 강국을 이끈 박영길 사범을 만났다. 67년 형님(박선재, 이탈리아태권도협회장)의 부름을 받고 이탈리아 비행기에 올랐다.


스물세 살 열혈 청년이던 박영길 사범은 내년이면 일흔이 된다. 그런데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을 유지하고 있다. 젊음과 건강을 유지한 비결은 아직까지 도복을 벗지 않고 일선 현장을 뛰고 있기 때문이란다.

박영길 사범 '삼형제'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태권도를 보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큰 형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박선재 회장(WTF 부총재, 72)이다. 동생 故 박춘우 사범은 박영길 사범보다 1년 빨리 도이해 태권도를 가르쳤다. 삼형제는 북부 밀라노와 중부 로마, 남부 나폴리를 각각 맡아 이탈리아 전 지역으로 태권도를 보급했다. 박선재 회장은 행정, 박영길 사범은 기술을 맡아 이탈리아 태권도를 끌어 올렸다.

1년 뒤 로마에서 태권도 불모지인 남부 도시 나폴리(Napoli)로 떠났다. 이방인이 살기에는 여건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권도 개척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가라테의 텃세도 극복해야 했다. 갖은 고비와 고생을 겪는 과정을 거듭한 결과 태권도를 뿌리 내렸다. 그렇게 15년을 나폴리에서 헌신했다. 현재는 로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지방 곳곳으로 교육과 심사업무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수련생을 늘리기 위해서 시범도 많이 했다. 그런데 큰 변화가 없었다. 가라테는 알지만, 태권도는 몰랐다. 실제 태권도가 가라테협회 내에 한 분과에 있을 때라 뭐라 말도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니 수련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태권도가 이탈리아 군인, 경찰, 교황청 호위군까지 모두 가르칠 정도로 대표무술이 되었다. 태권도 사범이라 것이 자랑스럽다”

80년대 초반 나폴리 생활을 접고 로마로 돌아온 박 사범은 기술위원장을 맡아 이탈리아 내 태권도 기술 체계화와 전문화 기틀을 다졌다. 2000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기 전까지는 대표팀 선수 선발과 지도를 직접 했다.

43년 이탈리아 태권도 인생에 잊지 못할 장면을 묻자 “2008년 12월이다. 1천2백여 명의 나폴리 제자들이 내 가족을 초청해 40주년 기념회를 열어줬다. 태권도 사범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이날 밤새도록 파티를 가졌다. 자신들에게 영원한 사범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는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가 가장 싫었을 때도 없지 않았다. 한 참을 생각하다 “초창기 이탈리아는 ITF로 시작했다. WTF로 체제를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끼던 제자들이 ITF에 남겠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 또 한 번은 제자 일부가 한국 사범들 그만 하고 돌아가라고 말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일흔을 앞둔 박영길 사범은 아직도 도복을 입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교육한다. 이쯤 되면 뒷짐 지고 편히 생활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나이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아직도 20대 청춘이다. 또한 ‘솔선수범’형이다.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래서 현지 제자와 수련생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존경받는 진정한 사범이라고 극찬한다. 오늘도 박영길 사범은 로마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교육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에필로그 : 이번 로마 출장에서 박영길 사범님을 뵙고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태권도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이태리 태권도 발전을 위한 마음이 있어, 이태리 태권도가 이렇게 많은 성장을 거듭했으리라 믿는다. 갑작스런 방문에 친절하게 현지를 안내해 주시고, 이태리 태권도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좋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HAN.

[by 무카스 미디어 =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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