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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人 무술人

신종플루 염려하며 이룬 세계선수권 4연패 쾌거

서영애, 세계품새선수권대회 4연패 대기록 달성 뒷이야기

세계품새선수권대회 4연패 대기록을 달성한 서영애 선수(48, 전주비전대학)

지난 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제4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이집트에서 열린 대회라 대회 기간 전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회를 관전하고 싶었지만, 맡은 일이 대회장 밖에 주로 있어 몇 경기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졌던 경기는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장년 1부(41세-50세)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서영애 선수(전주비전대학, 48세)의 경기입니다. 다른 한국 선수들에 비해 특별한 도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세계품새선수권대회 4연패 대기록 달성 여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옅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서영애 선수는 대회 시작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대회 출전자 중 유일하게 2006년 1회 대회부터 4년 연속 연패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 26일 밤(현지시간) 결전지 이집트에 도착한 서영애 선수는 몸 상태가 좋지 못하였습니다.

29일 저녁 호텔 로비에서 만난 서영애 선수는 사흘간 몸 상태 때문에 혼자서 속을 태워야 했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이 많이 나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더군요. 그래서 대회장 적응훈련도 제대로 못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러 증세가 신종플루와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속으로 끙끙 앓던 서영애 선수는 마지못해 대표팀 고봉수 전무이사(전주비전대학 교수)에게 “지금 몸이 너무 안 좋다. 혹시 신종플루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혹여 신종플루라 하더라도 꼭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그러니 고 전무만 알고 있어라.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에 고 전무는 개인적으로 준비해온 타민플루가 있으니, 몸 상태를 하루 정도 더 지켜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만의 비밀은 이틀 만에 끝이 났습니다. 다행이 몸 상태가 대회 개막 하루를 앞두고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대회 4연패 달성이라는 큰 기록에 대한 부담감과 한국과 현지의 기온차로 인한 단순한 감기 몸살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목표 달성까지 며칠간의 여유가 있으니 큰 걱정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결전의 날인 2일. 바쁜 와중에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서영애 선수가 본선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일이 멈추고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날 몸 상태가 얼마큼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완벽하고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광판에 점수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한국 선수단은 물론 서영애 선수 자신도 우승을 확신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결과 역시 예상대로 ‘금메달’이었습니다. 대회 첫 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고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집트 및 중동 스포츠 전문채널에서도 서영애 선수의 대회 4연패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번 대회에 가장 크게 빛난 서영애 선수는 대학을 졸업한 자녀를 둔 ‘아줌마’입니다. 딸 김수향 선수(23)는 국가대표 출신의 실력 있는 선수로 현재 고양시청에서 선수생활 중입니다. 모전자전인 셈입니다.

서영애 선수는 “스티븐 로페즈가 지금 세계선수권 5연패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잖아요. 축하해줄 일이지만 이왕이면 종주국 선수가 그 기록을 가졌으면 해요. 최연호 선수가 얼마 전에 4회 우승을 했는데, 몸조리를 잘해서 그 기록을 깨줬으면 해요. 저도 겨루기 분야는 아니지만, 같은 세계선수권대회인 품새대회를 통해 5연패, 6연패를 달성해 종주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선수의 꿈은 앞으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연패 기록을 갱신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큰 욕심을 부린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의 말에서 애국심과 종주국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대회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따내야 합니다. 이번에 보여준 백절불굴(百折不屈)의 태권도 정신이라면 앞으로 계속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지 않을까요.

한편, 겨루기와 달리 품새 부문은 아직까지 종주국 선수단의 독무대라 할 정도로 실력이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선수단은 총 9명이 출전에 금메달 8개, 은메달 1개로 대회 4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결과 면에서 한국 선수단이 전 부분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타 국가 선수들의 실력 또한 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품새 대회가 겨루기대회처럼 권위와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타 국가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함께 기량 평준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끝)

[이집트 중동의 유력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서영애 선수의 4연패 소식과 경기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 태권도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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