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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태권도 '전자호구' 사용, 올림픽까지 이어질까?

2009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사상 첫 전자호구 사용
2012 런던 올림픽 전자호구 사용여부 시험대 올라

전자호구가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에 정식 사용된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는 오는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전자호구를 정식으로 사용한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선수권에 전자호구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시간에 걸친 고민 끝에 결정된 사안이다.

WTF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의거 공정한 심판판정을 위하여 2005년부터 전자호구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하여 전자호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전자호구가 갖춰야할 표준을 마련하고, 보완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평가를 반복해 왔다.

태권도 전자호구 경기 장면


애초 WTF는 2007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전자호구를 도입하고, 이어 베이징 올림픽에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타나 보류해 왔다. 그러면서 대륙선수권대회와 월드컵대회 등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간간히 시험적으로 사용했다. 국내에서도 전국체전을 비롯한 국가대표선발전 등에서 사용한 바 있다. 이번 WTF의 세계선수권 전자호구 사용 결정의 의미는 그동안의 대회에서 사용한 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과 함께 태권도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다. 오히려 올림픽 이상의 가치가 주어지는 큰 규모의 대회이다. WTF는 올해 내놓은 랭킹제에서도 세계선수권은 G7등급으로 가장 큰 가산점을 책정하기도 했다. 전자호구가 세계선수권에 사용된다는 것은 앞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자호구 도입으로 인한 판정과 관련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전자호구가 올림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전 국제대회에 상용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즉각 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올림픽에 사용하기 위해서도 그 결정을 하는 기간을 얼마 남지 않았다. 적어도 내년 말까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사용여부를 공식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충분히 각종 국제대회에서 사용돼야 확신을 갖고 올림픽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호구가 도입됨에 따라 각국 선수단도 훈련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전자호구에 맞는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전자호구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계인 만큼 분명 발차기 각도와 위치에 따라 조금이라도 잘 인정되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 ‘대포’ 소리가 나면 두말 할 것 없이 득점으로 인정되던 것도 전자호구에서 만큼은 허용되지 않는다. 남녀 체급별 적정 강도 이상의 발차기 기술이 전자호구 센서에 부합되어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이밖에도 일반호구와 전자호구에 미묘한 차이점은 많다. 이제는 전자호구에 맞는 룰과 기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개발업체인 라저스트사의 김종대 부회장은 2년 전 필자와 인터뷰에서 “예전처럼 ‘소리’와 ‘눈’에 의한 득점 인정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들을 할 것”이라며 전자호구에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자호구는 기계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19회 연속 종합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팀도 고민은 없지 않을 것이다. 탈한국화로 인하여 상대국가 대표팀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대표팀을 견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의 영향이 줄어드는 전자호구가 오히려 더욱 반가울 수 있다. 각종 국제대호에서 종주국의 이점은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에 얼마만큼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기도 하다.

전자호구 도입에 따른 찬반양론 여전

2006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전자호구 시연회가 열린후 WTF 조정원 총재와 필립콜스 IOC위원이 전자호구에 대한 세부 검토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자호구 도입에 있어 국제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신뢰할 만한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는 반대파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기계가 가장 정확하다는 찬성파가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 전자호구 사용여부에 결정도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월드컵단체선수권대회에 전자호구를 사용한 후 선수, 지도자, 심판, 관중, 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세계선수권 사용에 찬성한다는 의견에 따라 전자호구 도입이 최종 결정됐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가능하면 전자호구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 무게가 갔다. 하지만 편파 판정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편파판정에 대한 의혹으로 태권도 자체 이미지가 추락해갔다. 전자호구 역시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술 수준이 오르지 않는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능 보완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실제 경기에 사용돼 사용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시정 보완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호구 사용에 무조건 반대할 명분도 없다. 취지 자체가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전자호구는 적어도 참가자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장점이 있다. 현재로서(판정시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태권도 경기)는 전자호구 이외 대안이 없다.

그래서일까. 국내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량이 낮게 평가되는 팀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전자호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약소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심판들의 편파적인 판정의 영향을 배제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WTF 유일의 공인제품 라저스트사 전자호구 사용

 세계선수권대회에 사용될 전자호구는 국내개발 업체인 라저스트(LaJUST)사의 몸통보호대 이다. 현재까지 WTF 전자호구 공인 제품은 라저스트 사가 유일하다. 원래는 얼굴과 주먹 득점 시스템도 모두 개발됐지만, 2007년 첫 전자호구 대회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적용에서 제외됐다. 얼굴득점과 우세판정은 기존처럼 심판들이 맡는다.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는 몸통보호대와 발보호대에 센서가 부착돼 적정 강도 이상으로 부딪쳐야 득점이 인정된다. 발보호대 센서를 벗어난 부위로 아무리 강하게 가격한다고 한들 득점은 인정이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선수와 관전자 모두에게 공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개발된 제품 중에는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는 WTF 공인제품으로 선정되기 위해 전자호구특별위원회의 기본기술 요구항목을 통과하고, 한국체육과학연구소(KISS) 실험실 시험과 실제경기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쳤다. 기본기술 요구 사항은 ▲타격 강도 측정의 정확성 ▲연속타격 득점의 정확성 ▲타격 강도 조절 능력 기능 ▲유효 타격 기술과 무효타격 기술의 구분 기능 등 모두 4가지다.


한편,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전자호구 도입과 함께 즉석 비디오 판독제가 적용된다. 미심쩍은 판정이 있을 때는 현장에서 즉각 비디오 판독을 실시해 바로 잡는 것이다. 올바른 판정 문화를 만드는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2009/05/06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칼럼-태권도 산책] - 전자호구, 정치적 개입 있어선 안 돼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 태권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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