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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건식의 무예보고서/무예보고서

합기도의 대한체육회 승인 취소를 바라보며


 합기도인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최초로 ‘인정단체 승인취소’라는 불명예를 합기도가 안은 것이다. 두 수장의 갈등이 빚어낸 일이라고 이번 일을 몰아가기에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두 수장의 갈등은 한 요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두 수장보다는 합기도 전체가 자성의 목소리를 가져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합기도는 태권도 다음으로 수련층이 많은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경기화에 치중한 태권도를 대신해 각종 호신술과 합기도만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무예계 서자처럼 웬지 제도권에서 소외된 감이 있었고, 더 이상 커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무예처럼 비추어졌다. 특히 여기저기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확보하려는 단체들이 생겨나면서 합기도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그 와중에도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라는 목표를 내걸어 통합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그림은 그림일뿐 현실은 인정단체 취소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그것은 합기도가 그동안 고질병처럼 지니고 있던 병을 치유하지 못한데 있다. 이미 합기도는 이런 아픔을 수차례 겪어 왔다. 1970년대 대우그룹 총수였던 김우중씨가 추진했던 일, 1980년대 정권의 큰 힘을 등진 전경환씨가 했어도 합기도인들은 통합과 동시에 다시 분파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좋은 분위기를 타고 뭔가 이루어지겠구나 했던 일이 메이저급 합기도단체가 대부분 빠진 일부 신생단체들의 쇼로 끝나 버렸다. 이러한 합기도의 과오는 리더십의 부재로 꼽기에는 그들에게 너무 혹독한 일일 수 있다. 리더십부재보다는 합기도인들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의식이 한데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무예계 전반의 분위기이고 정서일지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 온갖 불신으로 둘러 쌓인 합기도의 통합은 이미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체육회는 경기가맹단체다. 합기도가 경기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이번 대한체육회에 인정단체가 취소된 단체가 합기도경기화에 맞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합기도 수장들의 밥그릇 논쟁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분명 지도자와 단체장이라는 합기도행정가는 다른 사고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썼다. 욕심이 과한 어르신이 되고 말았다. 과연 이번 일로 이들이 어떤 책임을 통감할지 지켜 볼 일이다. 분명 내탓이 아닌 남탓으로 일관할 것은 뻔한 일이다.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이미 그래왔기 때문이다.

합기도뿐만 아니라, 우리 무예계도 이번 일과 무관하지는 않다. 전통무예진흥법 제정이후 우리 무예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의 합기도 모습과 별다를 바 없다. 내실을 갖추어야 할 때 스스로 내실을 뒤로한채 단체들끼리 서로가 공존보다는 기생하며 보여준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가장 덕(德)을 내세우고, 우리 사회에서 당당해야 할 무예인들이 모두가 약자로 돌변해 기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다. 

  무예를 진정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무예정신을 내세워야 할 사람들이 이를 왜곡하고 스스로 무예사에서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이 이기적이면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 한다. 무예계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무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도전도 미흡하며, 변화도 없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지도자라면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야 하고, 스스로 무예계를 이끌 리더라면 이에 부합된 자질과 능력을 쌓아야 한다. 모든 일에 나아니면 안된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는 무예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적인 것보다 합기도나 무예를 위해 무엇을 하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힘을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합기도인들이 가장 큰 실망을 하였을 것이다. 합기도명칭에 대한 논쟁속에서도 ‘합기도’라는 이름 석자를 지키기 위해 제도권 진입을 환영했던 합기도인들은 더욱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또 올 수 있다. 그 기회는 바로 내실을 튼튼히 하고 합기도인 모두가 공통분모가 되었을때 이보다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다.

[by 허건식의 무예보고서 ㅣ www.woma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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