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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열혈 태권청년들의 혹독했던 아스완 봉사활동

15시간의 긴 비행에 이은 16시간의 열차 이동으로 녹초가 된 사연

아스완의 상징 하이댐에 수문이 열리던 날.

최근 아스완에 태권도를 사랑하는 패기와 열정이 아름다운 대학생 3명이 다녀갔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해외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봉사단원 모두 태권도 선수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선수출신, 군 태권도 조교출신, 취미를 위해 수련한 학생 등 이력도 다양했다. 출신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태권도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제4기 태권도평화봉사단을 통해 이집트에 파견된 단원은 모두 7명이다. 이중 6명은 태권도를 가르치고, 1명은 현지에서 통역을 맞게 된다. 이번 이집트의 경우는 현지 태권도협회 요청에 따라 도착하자마자 A~B팀으로 3명씩 각각 나뉘어 한 달 동안 이집트 전역을 돌며 활동하게 된다.

23일 아스완에 도착한 봉사단 3명은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듯 표정들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1일 인천에서 카이로까지 15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도착한 이후, 곧바로 이집트 최남단도시 아스완행 열차를 타고 16시간 동안 추위와 배고픔을 겪으며 도착했다. 게다가 도착한지 3시간 만에 곧바로 훈련이 시작되다 보니 안 피곤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

“젊어서 고행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아스완에 방문한 봉사단원들은 한동안 얼떨떨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긴 여정의 피로는 훈련이 시작되면서 풀어졌다. 수련생들의 빛나는 눈빛과 가르침 하나에 한 눈팔지 않는 진지함에 봉사단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수련 분위기에 오히려 들뜬 기분으로 훈련을 이어갔다.

밤늦도록 훈련이 계속되었다.

고단한 몸으로 무사히 훈련을 마친 봉사단원들은 지난 며칠은 마치 꿈을 꾼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수련생들이 너무 열심히 수련해줘 피곤한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훈련이 없는 오전 시간에는 현지 협회에서 경제적 사정으로 계획에 넣지 않았던 관광을 아스완법원의 협조를 얻어 할 수 있었다. 특히 봉사단원들과 현지협회 관계자들과 모두 도복을 입고 아스완의 유명지역을 관광하고 기념촬영을 한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가는 곳 마다 태권도복을 입은 우리 일행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관광객과 함께 사진촬영을 요구해 마치 유명인이 된 듯했다. 덕분에 여러 나라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태권도를 홍보 할 수 뜻 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몸은 고되지만 태권도를 통한 보람은 최고

태권도 경기인 출신인 박경식(선문대) 단원은 “교수님의 추천으로 봉사단에 참여하게 됐다. 훈련할 때 힘든 내색하지 않고 내 지도에 잘 따라주던 수련생들의 강한 눈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오랫동안 태권도를 해오면서 이렇게 보람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4박 5일간의 아스완 훈련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소싯적부터 취미활동으로 태권도를 수련한 이효성 단원(고려대 사회체육학과)은 지난 해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작년에 필리핀에서 너무 좋은 경험을 얻어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는 이효성 단원은 “처음 아스완에 올 땐 너무 멀고 배고파 피곤해서 팀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을 잠시했다”면서도 “부족한 지도에도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고, 과도한 고마움을 표시해준 아스완 태권도 수련생들에게 무한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근우 단원은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수련하지 않아 지도할 때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 곳 수련생들은 지도자의 실력이 어떠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스스로 부족했던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 조근우 단원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단원과 달리 지도에 소극적으로 참여했으나, 막바지부터는 적극적으로 지도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스완에 방문한 봉사단원들은 27일 밤 열차로 카이로로 이동해 앞으로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남은 여정 건강하게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가길 기원한다.

수련생들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있는 조근우 단원.


발차기의 기본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있는 박경식 단원.


훈련을 마치고 아스완 태권도 수련생들과 단체 기념촬영.


봉사단원들과 오전 하이댐에 도복을 입고 관광에 나섰다.



PS. 이번 아스완에 방문한 봉사단원 3명과 약속을 하나 했다. 필자가 귀국하면 이효성 단원 부모님이 운영하는 강촌 펜션에서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면서, 아스완에서의 4박5일간 추억을 떠올리기로 했다. 벌써부터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by 한혜진의 태권도산책 - 이집트 in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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