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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人 무술人

태권도에 매료된 건강한 '태권가족'

태권도 전문기자 시절 여러 곳에 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느낌은 조금씩 달랐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오늘은 2007년 한 여름 대전에서 우연히 만난 한 태권도 가족을 소개할까 한다. -필자 주-

아빠는 '도장경영' 강의, 엄마는 1단, 아들, 딸 모두 4품

왼쪽부터 유재진(부), 임미현(모), 유슬기(딸), 유한결(아들), 오방균 관장(무궁화태권도장).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가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가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7년 한 여름 대전에 출장을 갔다 지인의 소개로 태권도 매력에 흠뻑 빠진 유재진씨 가족을 만났다. 유재진씨 가족은 태권도를 통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까지 모두 태권도를 수련한다. 가족의 주 대화는 '태권도'로 시작해 '태권도'로 끝날 정도라고 한다. 요즘은 가족 간에 대화도 없는 가정이 많다는데, 정말 화목한 가족이라 할만하다.

유재진씨 가족의 첫인상은 ‘건강’했다. 유 씨를 비롯해 아내와 자녀 모두 표정들이 밝았다. 건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사회적으로 아무 탈 없이 튼튼한 상태를 말한다. 다소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짧은 만남에서 유씨 가족은 매우 '건강한 가족'이었다. 본래 기자를 만나면 꾸미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만난 유씨 가족들은 너무도 꾸밈이 없었고 자연스러웠다.

아들 한결과 딸 슬기는 1999년 부모의 권유로 태권도장에 입관했다. 부모는 "당시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에너지가 넘쳐났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에너지를 조금 낮추면서 인성교육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에 태권도장 차량에 '예, 의, 도'란 문구를 보고 태권도장을 찾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유재진씨는 자녀 건강의 기초는 '인성교육'과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씨는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태권도를 선택했다. 지금 두 자녀는 모두 태권도 4품. 자녀를 태권도장에 보낸 후 어머니 임미현(38)씨도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지난 6월 4단에 승단했다.

유씨는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지만 지역 태권도장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도장경영과 관련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가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준 태권도에 무엇으로 보답할까 고민하던 중 자신이 배운 '경영 지식'을 지도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유한킴벌리 인력개발부 교수(유아용품)로 재직하고 있는 유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침체되어가는 일선 태권도장들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었다. 유씨는 '성공 사례자'의 관점이 아닌 철저한 '고객입장'에서 신개념 역발상 도장경영 해법을 제시했다.

자녀 따라 태권도장에 간 엄마, 태권도 3급 지도자 도전에 나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 임미현 씨는 자녀 따라 태권도장에 갔다. 그것도 모자라 태권도 고단자가 됐다. 내친김에 그해 8월 국기원 연수원이 주관하는 '3급 사범지도자교육'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국기원이 인정한 정식 사범이 되었을 수 있겠다. 혹 태권도장을 개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임미현 씨는 "아이들을 태권도장에 보낸 후 가끔 도장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예의를 바탕으로 하는 호신술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태권도를 직접 수련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가정주부로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던 임씨에게 '태권도 수련'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는 무궁화태권도장 오방균 관장의 권유와 남편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임씨보다 먼저 태권도에 입문한 두 자녀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태권도 수련을 시작하면서 임씨가 세운 목표는 1단 승단. 이 목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1단 승단심사에 합격하고 나면 모든 것을 다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단을 승단하니 2단, 3단, 4단이라는 목표가 새롭게 정립되었다." 1년이 조금 넘는 수련기간 동안 임씨는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임미현씨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자녀들과 함께 같은 운동을 함으로써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자녀 교육 특히 예절교육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정신력이 강화되어 생활의 활력소를 얻어 30대 후반에 나타날 수 있는 정신적 공허함에서 쉽게 벗어 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씨는 "4단 승단 합격이라는 소식을 도장에서 알려 주었을 때 너무 기뻐 믿기지 않았다. 내가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게 참으로 감사할 뿐이었다"며 "가정에서는 엄마와 아내로 생활하고 있지만 이제는 태권도 4단의 '태권도인'이라는 역할도 주어졌다. 내 인생에 태권도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고 강조했다.

"태권도 전문 지도자 될 거에요"
     -자녀 슬기, 한결 태권도 수련에 매진


당시 슬기는 태권도 시합에 출전했다가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있었다. 병원에서 8주 동안 각별하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태권도를 계속하고 싶었던 슬기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태권도를 계속 수련하고 있었다. 결국 상태가 악화돼 부상부위에 핀을 박는 수술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한결이와 슬기는 앞으로 태권도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한결이는 국가대표 시범단원이 슬기는 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알리는 국제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결이는 태권도 시범단 활동에 열성이다. 슬기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인 태권도를 외국인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태권도와 함께 어학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씨 부부는 "아이들이 원한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오방균 관장(무궁화태권도장)은 "욕심 같아서 한결이와 슬기 모두 태권도 선수로 키우고 싶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학업성적이 우수해 엘리트보다는 생활체육으로 태권도 전문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결이와 슬기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에도 소질을 나타내고 있다. 달리기를 잘해 초등학교 때 전국소년체전 대전시대표로 출전한 바도 있다. 또 쇼트트랙과 스키 등 겨울철 스포츠에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아버지 유씨는 "몇 년 전에 도장사람들과 강릉에서 포항까지 하이킹을 할 때가 있었다. 그 위험하고 힘든 길을 가족들이 3박 4일 동안 포기하지 않고 해낼 때 놀랐다. 이게 바로 태권도 수련을 통해 얻은 '도전정신'과 '극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권도에 매료된 이 건강한 유씨네 가족을 인터뷰하는 내내 가족들의 '태권도 자랑'은 도무지 끝이 날 줄 몰랐다. 태권도를 통해 건강한 화목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재진씨 가족의 '태권도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이들 가족처럼 태권도에 참여하는 가정이 늘어났으면 한다.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 태권도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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