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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

[칼럼] 태권도장에서의 '인성교육'에 관하여

[박성진 칼럼 ㅣ 태권도조선 편집장] 

요즘은 그럴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한 때 거의 매주 일선 태권도장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도장 탐방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도장을 찾아 관장과 사범의 이야기를 듣고 그 도장의 특징과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도장탐방 기사의 핵심이다.

이때 도장 관장이 자신들의 도장에서 강조하는 것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인성교육’이다. 주로 초등학생인 수련생들에게 태권도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도 함께 시킨다는 것이다.

그 인성교육이라는 것에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겠으나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인사 잘하기’다. 부모나 윗사람을 만났을 때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인사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태권도장에 다니고 나서부터 인사를 잘하게 되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인사성 바르고 예의바른 아이가 되는 것 같아 태권도장에 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 잘하기’가 인성교육과 과연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 과문한 기자로서는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인사 잘하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군대와 조폭이다. 윗사람을 보았을 때 이들보다 인사를 잘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들이 인사를 잘 한다고 해서, 인성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일반인들의 인성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매우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태권도장의 ‘인사 잘하기’는 태권도라는 운동문화에서 나오는 선후배간 위계질서 세우기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것이 아이들에게 적용되면서 순화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도 아닌 요즘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종적(縱的) 예절은 시대 착오적이다. 민주시민사회의 예절로는 지위나 직급,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동등한 시민으로서 상대에게 예의를 표하는 횡적(橫的) 예절이 필요한 것이다.

태권도계를 취재하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적어 보인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놓는 예의 없는 태권도인들을 기자는 여럿 보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면전에서 면박을 주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물론 아직도 유교문화가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 상대에게 인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만큼 나이 많은 상대방 역시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이들이 인사를 잘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지만, 그것이 마치 대단한 예의나 되는 양 홍보하는 것은 거북하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성교육이 말로만 그치는, 본인의 실제 행동과는 괴리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태권도장에서 왜 명심보감을 가르칠까? 소학이 웬말이고 논어가 웬말인가? 태권도장이 마치 서당이라도 되는 양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장에서 인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인성교육이라는 것은 말이나 책으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만큼은 가지고 있다.

본인들 조차 잘 알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입으로 떠든다고 해서 인성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자면 태권도장에서 인성교육을 교육의 기치로 내건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태권도는 피아노, 미술과 같은 예체능 교육의 하나일 뿐이다. 물론 피아노와 미술처럼 태권도가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피아노를 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정서가 순화되거나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배우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 뿐이다.

인사 잘하고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을 외운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지만 스스로의 행동은 이와 정반대이거나 적어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없다면, 그 사람의 말은 ‘말을 위한 말’이며 위선일 뿐이다.

기자는 태권도계를 취재하면서 많은 태권도인들을 만났지만 태권도를 배운 사람들의 인성이나 인격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보통사람들보다 낫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보통의 수준,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점 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물론 무도인으로 불릴만한 인격을 갖춘 분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처럼 말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아이들을 미술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내 아이가 미술을 좀 더 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피아노 학원에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아이가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피아노를 통해 보다 음악에 친숙해지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태권도장에는 왜 보낼까? 태권도를 통해 내 아이가 보다 건강해지고, 자신감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는 당연한 것이다. 태권도를 1년 이상 보냈는데도, 태극 품새도 제대로 못하고 돌려차기도 제대로 못한다면, 그 태권도장에 계속 보내고 싶은 학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수련생이 부족하다고 고민하는 관장님들은 지금 당장 '인성교육'을 떼어내고, '정통태권도교육'을 도장 바깥에 붙이기를 권한다.

[by 박성진 태권도조선 기자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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