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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

태권도 기자가 경험한 신종플루

신종플루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독감이 가져오는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저는 다행히 신종플루의 공포에서 최근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독감이 유행해도 잘 걸리는 지 않는 편이고 나름대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신종플루에 혹여 걸리더라도 잘 치료를 하면 별 문제없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집에 있는 7살과 2살짜리 아이들이었지요.


직업상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종플루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던 지난 여름 이후로 태권도한마당이다, 코리아오픈이다, 무슨 무슨 선발전이다 하는 대회들을 취재해 왔습니다. 경기장에 마련된 검사대와 소독대를 지나면서도 항상 '걸려서 아이들한테 옮기면 큰일인데'하는 걱정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대회 전부터 한국대표팀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 아닌 신종플루였습니다. 실제로 대회 시작 전, 대표선수 1명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대회 중 확진 판정을 받아 출전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덴마크에 가보니, 현지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경계를 거의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그 곳 사람들도 알고는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거나 하는 별다른 대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검사대는 물론이고 흔한 항균소독약품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준비가 되어있었겠지만 말입니다.


당연히 한국선수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선수들도 신종플루로 인해 출전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약 2주간 이집트와 남유럽 몇 나라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있었지요. 이집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전혀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를 찾아볼 수 없더군요. 이탈리아에서도 1주일 가까이 머물렀지만, 그 곳에서도 신종플루 이야기는 듣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이집트 출장을 가기 전, 두 아이들이 이미 신종플루의 확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아이들 상태가 걱정할 만한 정도였다면, 출장을 떠나기가 어려웠을테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확정 판정을 받고나서 큰 아이는 3일 정도, 작은 아이는 하루 정도만 증상을 보인 후 낫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신종플루에 걸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걸리면 어쩌나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 엄마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사실은 신종플루에 걸릴까봐, 큰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도 쉬고 있었고, 이제 막 재미를 붙이던 태권도장도 중지시켰었습니다.


그래서 신종플루로 인한 일선 태권도장의 상황은 잘 알고 있었지요. 아이를 보내던 집 근처의 태권도장 관장님과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터였고 제 마음을 잘 이해하시더군요. 신종플루로 태권도장을 쉬는 아이들이 어디 하나 둘이었겠습니까.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에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인데, 손이야 평소보다 자주 씻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라는 것을 예방책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럴 경우 언제 어디서 신종플루에 노출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들이 어디서 신종플루가 걸렸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저는 저에게서 옮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신종플루 증상이 없었지만 아마도 운이 좋아 감염이 되고도 별다른 증상없이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신종플루는 일과 관련해서도, '태권도장의 수련생 감소문제', '주요 대회 출전 선수들의 감염 경계' 등의 문제로 관심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신종플루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신종플루의 공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어떤 전염병이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역시 '면역력'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 방면으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쉬는 것이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잘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신종플루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태권도장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박성진 기자의 무림통신]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