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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무림통신/박성진의 무술계 뉴스

이승완-강원식 두 국기원장의 ‘화해’를 바라보며

[박성진 태권도 전문기자 칼럼]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던 국기원에 바야흐로 봄이 오는가? 적어도 9일 국기원에서 있었던 두 국기원장의 만남을 보면, 그러한 기대를 해봄직도 하다. 

이승완 재단법인 국기원장과 강원식 특수법인 국기원장이 9일 오전 국기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송봉섭 부원장, 박현섭 부원장, 김철오 사무총장과 임춘길 부원장 등이 함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두 국기원장은 국기원과 태권도의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화합하고 서로를 존중한다는 공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식 원장은 이날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승완 원장과 나의 뜻이 다르지 않다. 태권도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에는 우리 둘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국기원장의 태권도 발전을 위한 뜻이 다르지 않다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두 분은 왜 이제야 아셨을까? 서로가 태권도를 위한 좋은 뜻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그 동안 그렇게 불협화음을 낼 필요가 어디 있었는가 말이다. 

태권도계 최고 원로로 손꼽히는 두 분이 화해한 마당에 이 두 분의 생각이 그 동안 어떻게 달랐는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구구절절히 풀어놓는 것은 태권도계의 불화를 조장하는 불순한 인사로 본 기자가 낙인찍힐 수 있으므로 자제하기로 한다. 

▲ 강원식(우), 이승완 두 국기원장이 9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화해는 물론 좋은 일이다. 갈등은 물론 보기에 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툼과 갈등이 인간사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왜 갈등이 일어났고 그 갈등의 시작에 어떤 명분이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승완 원장은 그 동안 왜 그렇게 국기원의 특수법인화에 반대해왔는가. 국기원장이 되기 이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 대표되는 정부와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용기인가? 이승완 원장이 제기했던 문제들은 이제 다 해결되었는가? 새로운 국기원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것이고, 재단법인 이사들의 임기는 보장되었는가? 개인적으로 그토록 억울해하던 본인에 대한 명예는 회복되었는가? 

기자가 보기에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이승완 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승완 원장 개인을 위해서는 좀 더 일찍 물러나는 것이 좋았다. 기자는 이 말을 좀 더 일찍 할까도 생각했으나 말을 듣는 당사자가 불쾌해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당사자를 위한 말을 할 정도로 이 원장과 본 기자가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점에서 노트북을 덮었다. 

어찌되었건 이승완 원장이 물러나기로 했다면 정리는 깔끔하게 하는 것이 좋다. 법률적인 문제,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 건은 해소를 하고 나가는 것이 뒷말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국기원장이라는 태권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물러나는 것이므로 이제는 태권도계에서 은퇴했다는 생각을 가지시기 바란다. 태권도 원로로서 전 국기원장 이승완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괜찮지만 앞으로도 바람잘 날 없을 태권도계의 시시콜콜한 일에 참견하는 이승완 원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은 후배들이 설령 미덥지 못하더라도 맡겨두는 것이 은퇴한 원로로서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는 길이다. 그러므로 이승완 원장은 안녕히 가시기 바란다. 

문제가 해결된 것이 없다는 것은 강원식 국기원장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말이다. 

기자는 국기원장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현재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강원식’이라는 말을 국내외 몇몇 태권도인들로부터 들었다. 그것이 전부의 의견은 물론 아니지만 그러한 생각에는 강원식 원장이 그 동안 보여줬던 모습들에서 태권도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어떤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도 개인적으로는 강원식 원로가 국기원장이 되기를 바랐다는 점을 이제는 밝혀도 좋을 듯 하다. 

한때 태권도계의 절대권력이었던 김운용 국기원장 시절에 김운용 원장에 맞섰던 강원식 원장의 모습을 여전히 많은 태권도인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비슷한 모습이 1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해 6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정치인 국기원 장악 음모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련한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 연대(국사연)’는 ‘국기원 파행 주역 퇴진’과 ‘홍준표 국기원 장악의도 철회’의 두 가지를 가장 큰 목표로 내걸었다. 

국사연의 대표로 나섰던 강원식 현 국기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권도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국기원이 정치인에게 넘어가는 꼴은 볼 수 없다. 태권도인으로서 마지막 신념이라고 봐도 좋다. 정치인과 담합하는 세력들을 국기원에서 내쫓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1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한가? 꼭 유효하기 바란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바로 지금부터가 강원식 원장이 배척했던 ‘정치인’이라는 말에 포함되는 비태권도인, 관료, 정치권에 줄대는 사이비 태권도인들이 국기원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원식 원장은 태권도인으로서는 엄운규 원장, 이승완 원장에 이어 세 번째 국기원장이 되는 셈이다. 태권도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로운 자리에 올랐다. 국기원이 전 세계 태권도의 중심이라고 할 때, 국기원장은 전 세계 태권도인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임 국기원장들이 그러한 존경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라면 기자는 회의적이다. 

강원식 원장은 어떤 면에서는 국기원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원장의 자리에 오른 것인지 모른다. 아마도 그 정도는 강 원장이 충분히 각오하고 있을 터이므로 중언부언 사설을 늘어놓지는 않겠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강원식 원장을 ‘사리사욕을 배제하고 어떠한 큰 권력에도 맞서 태권도를 위해 목소리를 낸 태권도 원로’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만 국기원을 이끌어 가시기 바란다. 


[* 이 글은 태마시스 팀블로거가 작성한 것으로 필자가 소속된 태권도조선에 먼저 게재 되었음을 알립니다.] 

[by 박성진의 무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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