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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서성원의 퀘변독설

체대 신입생 길들이기는 전통아닌 악습

태권도 관련학과, 자율과 인권 존중하는 풍토 필요
교수 '인권 불감증'도 문제...신입생 길들이기는 전통아닌 악습

[2007년 서울의 한 대학 학과 선배들이 운동장에서 신입생들에게 단체기합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태권라인]

해마다 3월이 되면 새내기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풋풋한 모습이 대학 캠퍼스를 가득 메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 바로 선배들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기강 잡기와 이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력과 인권 침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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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는 여전히 교수와 조교, 선배와 후배의 주종 질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군대보다는 덜하겠지만,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도 여전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 문화에는 군대 문화와 조폭 문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횡행하는 건 아닐까.

이런 풍토에 대해 박노자 교수(러시아계 귀화인)는 한국 대학에는 규율(規律)과 복속(服屬)의 전근대성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 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하는 박 교수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 대학에는 아직도 봉건적인 잔재가 남아 있다.

각 대학의 태권도 전공 학과도 예외는 아니다. 서열이 높은 교수는 서열이 낮은 교수를 함부로 대하고 선배는 병장처럼, 1학년은 이병처럼 행동하는 관행이 때로는 볼썽사납다. 선후배의 위계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혹은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여러 번 집합시켜 기합을 주는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 대해 몇 몇 교수와 학생들은 "예전부터 내려져온 전통이다", "학교에도 질서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항변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수가 폭력을 방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3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대학에 뿌리내린 폭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체육 관련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입생 길들이기의 잘못된 전통이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는 여라가지다. 그 가운데 교수집단의 '인권 불감증'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 인권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도 신입생에 대한 폭력적 길들이기의 악습을 끊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기자는 이 지적에 100% 동의한다. 체육대학을 비롯해 태권도학과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상명하복의 서열화와 계급 관계는 많은 병폐를 낳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학번에 의해 좌우되는 선후배의 서열 관계는 군대의 속칭 '짬밥 문화'와 다를 게 없다. 선배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두려워 선배를 만나면 ‘독일 병정’처럼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학은 군대도 아니고, 조폭사회도 아니다. 억압, 복속, 폭력 등의 관행이 태권도 관련 학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학 사회는 더욱 황폐화, 획일화될 것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진취적인 태권도인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선후배 사이에 예의범절과 위계질서는 있어야 한다.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더 더욱 이런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후배들을 길들이기 위해, 혹은 기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폭력을 일종의 관례(전통)라며 후배들의 자율과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

후배들을 길들이기 위해, 위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과 단체 기합은 계승해야 할 전통이 아니라 단절해야 할 폐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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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하다 - 퀘변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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