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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서성원의 퀘변독설

국기원 '만민공동회' 같은 장(場) 마련하자


"태권도 주체성과 국기원 자율권을 침해하는 태권도진흥법 개정, 정말 온당할까요?"

2010년 새해 벽두에 태권도인들에게 묻습니다.

국기원 법정법인화를 둘러싸고 국기원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날선 공방을 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지난해 12월 23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국기원 이사가 될 수 없고, 문체부 장관이 추천하는 10인으로 이사(일명 관선이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태권도진흥법 개정법안)을 통과시켰다.

문방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소의 논란이 있었지만 30일 통과해 곧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정관개정 적법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기원은 태권도진흥법 개정과 관련된 국회 일정과는 상관없이 문체부의 부당한 간섭과 태권도계의 혼란을 부채질한 근거를 제기하며 국기원 자율권의 당위성을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30일 '초헌법적인 태권도진흥법 개정을 중단하라'라는 내용의 일간지 광고를 통해 표출됐다. 국기원 측은 "이 광고에 11개 시도태권도협회 등 16개 태권도 단체가 동참했지만 앞으로 유럽 등 해외 태권도인들도 가세하는 등 문체부의 논리를 반대하는 서명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완 국기원 이사장은 "그동안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에 의해 운영돼 왔는데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국기원의 역사와 상징이 훼손되고 있다. 태권도계가 스스로 국기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문체부의 공세를 맞받아치고 있다.

그는 "개정 법안에는 위헌소지가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끝난 게 아니다"며 국내외 태권도계가 결속해 국기원과 태권도를 지켜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국기원은 태권도진흥법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단에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을 토대로 헌법소원도 낼 예정이다. 문체부가 개정된 법에 따라 관선이사를 파견할 경우에는 법원에 업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태권도계의 정당성을 주장하겠다는 복안도 세워놓았다.

이쯤에서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계에 제안한다.

"민간단체
가 정부와 싸워 이길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문체부가 각종 위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국기원의 자율권과 상징성을 침해하고 태권도계를 한낱 저급한 하부조직으로 폄훼하고 있다면, 태권도계의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1898년 서울 대안문 앞에서 열린 만민공동회 모습.


<장면 1>과 <장면 2>를 보자.

# 장면 1 - 1898년 10월 29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에서 백정 신분의 박성춘은 이렇게 외쳤다. "나는 대한의 가장 천한 사람이고 무지몽매한 자입니다. 그러나 충군애국(忠君愛國)의 뜻은 대강 알고 있습니다. 저 햇볕을 가리는 천막에 비유하자면 한 개의 장대로 받치면 역부족이나 많은 장대를 합하면 그 힘이 심히 견고합니다. 원컨대 관민이 합심하여 우리 대황제의 성덕에 보답하고 국운을 만세에 누리게 합시다."
구한말 시절, 만민공동회는 정부의 친러 정책과 비자주적 외교에 반대하고 국정개혁과 자주외교를 주장하며 민중의 힘을 만방에 과시했다.

# 장면 2 - 2009년 11월 6일 저녁 6시 30분부터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미디어법 판결의 문제점을 집어보고 국회 재논의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다.‘만민공동회’라는 행사 명칭에 걸맞게 토론회에는 변호사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법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 등 1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 정국에서 벌어진 ‘밤샘 토론회’를 연상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으며 시민들은 토론자들이 현 정부를 향해 일격을 가할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장면 1>과 <장면 2>처럼 태권도계도 문체부의 압박과 지나친 간섭을 떨쳐내며 태권도의 주체성과 국기원의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선 '만민공동회'와 같은 장(場)을 마련해 태권도계의 목소리를 분출해야 한다.

특히 일간지에 낸 광고처럼 태권도 발전에 역행하는 태권도진흥법의 개정 추진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면, 국기원이 주체(主體)가 돼 태권도계의 대동단결과 일치된 목소리를 각계 각층에 전달할 수 있는 '큰 어울마당'을 펼쳐야 한다.

그렇다고 구호만 남발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일 뿐 최상의 선택이 아니다. 그 전에 '만인공동회' 성격의 대규모 토론회 혹은 공청회와 같은 장(場)을 마련해 태권도계의 목소리를 설득력있게 표출하고 문체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 순리이지 않을까.

이승완 이사장도 공청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기왕하려면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등 짜임새 있게 추진해 큰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2009/12/30 - [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태권도 이야기] - 국기원, 문체부와 전면전


[by 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하다 - 퀘변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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